바짝 마른 산은 '불쏘시개'…봄철 산불 예방 비상

입력 2009-02-11 09:50:31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마른 산과 들에 산불 경계령이 내려졌다.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화재 위험이 높아졌다. 9일 발생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참사 역시 가뭄으로 바짝 마른 억새밭에 붙은 불이 바람을 타고 갑자기 확산되면서 빚어진 사고였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불감시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결과 올 들어 10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80건(42.38㏊)으로 지난해 16건(3.17㏊)에 비해 5배나 늘었다. 화재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가장 많아 28건을 차지했고, 쓰레기 소각 12건, 논·밭두렁 소각 9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대구·경북에서도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휴일이었던 지난 8일 오후 2시 35분쯤 대구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 정상 부근에서 불이 나 임야 160여㎡를 태우고 50여분 만에 꺼졌다. 또 이날 오전 6시 55분쯤에는 경북 영덕 축산면 최모(64)씨의 냉동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으면서 대나무숲 0.2㏊를 태우고 2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되는 등 올 들어 대구·경북에서만 모두 3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대구시 공원관리과 관계자는 "올 초부터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돼 있는 산불특보 체계를 '경계' 수준으로 높이고, 58군데(2만7천354㏊)에 대해 입산을 통제하고 73개 등산로(204㎞)를 폐쇄하는 등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는 올 들어 작은 산불만 발생했지만 화왕산 참사를 계기로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국립과학원 산불위험예고시스템에서도 산불위험지수(기상, 지형, 산림상태를 고려한 위험도)가 대구는 66.6, 경북은 58.6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현재 대구시는 앞산 6대, 팔공산 5대, 대니산 3대 등 모두 34대의 산불감시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산불 발생 상황을 감시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한대 설치 비용이 1억6천만원이나 들지만 높은 곳에 카메라가 위치하고 있어 대구시가 관리하는 산림 면적의 40%가량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모두 61대의 산불감시카메라를 운용 중이다.

지난 연말 방화로 추정되는 야간산불이 빈번했던 성암산과 앞산 등에는 경찰과 함께 24시간 야간 매복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방본부 헬기를 동원해 주말마다 불조심 홍보활동도 펼치고 있다. 소방본부 측은 "주말 등산객을 상대로 소방 헬기가 홍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헬기가 등산객들에게 불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뭄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봄철 대형 산불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경북도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봄철 산불 발생이 한 해 산불 발생 건수의 절반가량에 이르는 만큼 9천300여명에 달하는 산불감시인력을 총동원해 산불예방에 힘쓸 계획"이라며 "산을 찾는 시민들은 라이터, 버너 등 화기를 소지하지 않도록 하고 논·밭두렁을 소각할 때는 반드시 인근 소방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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