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포은초등학교 김정숙(33) 교사에겐 11년 동안의 교직 생활 중에 바뀌지 않는 교육 철학이 있다. 다름 아닌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다. 어찌보면 교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주제 중 하나. 하지만 그녀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 수고의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7명만이 받는 교실수업개선 실천대회 1등급을 거머쥐었다. 이보다 앞서 독서교육과 인성교육 실천대회 등에서도 1, 2등급을 받았다.
"지금은 폐교된 영천의 한 분교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어요. 그때 주변이 온통 산과 강이어서 수업을 야외에서 할 때가 많았죠. 밖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뛰어다니기도 하니까 학생들은 공부라고 생각 안 하고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 담임 선생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수업을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죠. 저도 농어촌학교에 발령을 받아 제가 어릴 때처럼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김 교사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 쉬는 시간이나 방학 때 교육잡지를 틈틈이 보면서 가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꼭 메모를 해뒀다. TV를 시청하거나 라디오를 청취할 때도 귀를 쫑긋 세워 뭔가 재미있는 방식을 찾았다.
"항상 어떻게 수업을 재미있게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인지 엄마로서는 '0점'인 것 같아요. 학교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난 뒤에야 우리 집 아이들에게 눈이 가니까요."
그녀는 지난해 환경교육 개선에 초첨을 맞추었다. 2003년쯤 경북도교육청이 환경교육 교재를 만들 때 편집을 담당했는데 그때 재미있는 활동이 많았다는 것. 그때 본 내용을 참고해 지난해 환경교육에 다양한 실험이나 게임을 도입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 있는 재량 수업인 환경과목을 이론으로만 설명해서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산성비가 어떻게 안 좋다고 설명만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이 그걸 피부로 못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의 화분에 각각 무 씨앗을 심었어요. 그런 뒤 어느 정도 싹이 올라왔을 때 한쪽 화분엔 깨끗한 물을 주고 다른 쪽 화분엔 식초를 주기적으로 뿌려주었죠. 그랬더니 식초를 준 화분의 싹은 어느 순간 죽어버렸어요. 학생들은 불쌍하다고 난리였죠. 합성세제 실험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했죠."
김 교사는 수업 시간에 게임도 활용한다. 학생들마다 종이컵을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게 하고 클립과 자석을 이용해 모둠별로 낚시를 하는 게임을 시키기도 하는 것. 그녀는 "잘 하는 학생에겐 스티커를 주고 나중에 일정량의 스티커가 쌓이면 선물을 준다"며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실험이나 게임이 특별난 것은 없어요. 하지만 이를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선 준비물도 챙기고 자료도 많이 찾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이 적잖죠. 그래도 1년간 수업을 마치고 '재미있었다'는 학생들의 편지를 받았을 땐 힘든 것은 금세 잊혀지고 뿌듯하죠. 올해는 딱딱하다고 생각되는 수학 수업에 재미있는 활동들을 적용해 보고 싶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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