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 정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됐다. 전반적인 의학계열 선호 현상 등으로 인해 서울대가 예전에 비해 관심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최고 선망의 대학임엔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맘때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공부 방법이 초미의 관심사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기에 서울대에 갈까.' 서울대 합격자들을 만나 그들의 공부 비법을 들어봤다.
◆ "복습 철저" 경영학과 박성현군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박성현(20·성광고·2008년 졸업)군은 중학교 때만 해도 '기대주'가 아니었다. 학급에서 5, 6등 정도 하는 수준이었다. 보통 학생들처럼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중3 때부터 확 달라졌다. "당시 드라마 장르의 미국 영화를 많이 봤어요. 방학 땐 매일 1편씩을 꼬박꼬박 볼 정도였죠.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성공해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더라고요."
목표 의식을 가진 박군은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빠짐없이 복습했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학교 쉬는 시간이나 집에 와서 배운 내용을 되짚었다. 이와 별도로 영어와 수학은 독학으로 선행학습을 했다. '맨투맨 기본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구입해 매일 2시간 정도 공부했고 방학 때는 매일 4, 5시간을 투자했다.
박군의 공부 방법은 좀 독특했다. 새로운 단원을 공부할 때 이미 공부한 앞 단원들을 다시 훑었던 것. 만약 10단원이라면 한 차례 공부하는 데 10번을 보는 셈이 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고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이란 괄목상대한 성과를 이뤘다.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죠. 막상 1등을 하니까 놀랍기도 하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고2 때는 수학, 국어,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문제집을 구입해 틈틈이 풀었다. 수학의 경우, 틀린 문제는 해답을 보고 문제 옆에 풀이과정을 적어놓고 문제집을 모두 끝낸 뒤 다시 공부했다. 영어는 문제집을 풀면서 단어장을 만들어 쉬는 시간 등에 수시로 외웠다.
고3이 돼서는 본격적인 실전 훈련에 들어갔다. 기본 개념은 어느 정도 잡혔기 때문에 문제집 위주의 공부 방식을 택한 것. 각 영역별로 1개월에 하나의 문제집을 볼 만큼 박군은 많은 문제를 풀었다. 문제집을 쌓아놓고 새로운 문제집을 풀다가 그 전에 봤을 법한 문제나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어김없이 예전 문제집을 뒤졌다. 확실한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수능시험을 1개월 앞두고는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는 지금까지 틀린 문제를 총정리했다. 2008학년도 수능에서 망쳐 재수를 했던 지난해에도 고3 때의 공부방식을 답습했다.
"국어는 지문을 정독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문제 보기보다 지문 보기에 초점을 맞췄죠. 지문을 대충 보면 문제와 지문을 여러 차례 봐야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메가스터디의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들은 것도 도움이 됐죠. 수학은 문제 하나를 풀어도 확실하게 개념을 잡을 때까지 붙들고 있었죠. 오답노트도 만들고요. 영어는 사전의 예문을 많이 익혀뒀죠. 사회 영역은 교과서를 여러 차례 읽은 것이 고득점을 받은 비결이죠."
논술은 수능 끝나고 2개월 정도 집중 훈련을 했다. 인터넷 기출문제나 예시문제를 보면서 매일 한 편씩 써봤다. 박군은 "가끔 친구들이 쓴 글을 보면서 평가한 것도 유익했다"고 말했다.
◆ "숙제 열공"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종수군
올해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에 합격한 능인고 3학년 박종수(19)군도 중학교 때 반에서 5등 안팎을 하다 중학교 졸업할 때쯤 반에서 1등을 차지했다. 박군은 "중학교 3년 동안 종합반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숙제를 꼬박꼬박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평소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학원을 친구들과 같이 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본인에게 적합했다는 것.
"고교를 들어가서는 주위에서 예·복습을 철저히 하라고 많이 조언하더라고요. 하지만 평소 예·복습 습관이 없어 잘 안 됐어요. 복습은 특히 그랬죠. 왠지 기억날 것 같고 지루하고 해서 시도하다 포기했죠." 대신 숙제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 학원은 영어, 수학 단과반을 다니면서 숙제만큼은 열심히 해갔다. 학원에선 선행학습을 하기 때문에 숙제를 통해 예습을 대신한 것.
"예·복습이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학교 정규수업과 보충수업, 학원 등에서 개념을 세 차례씩 들으니까 굳이 예·복습을 하지 않았죠." 하지만 전제가 따른다. 박군은 학교나 학원 수업 시간엔 누구 못지 않게 집중했고 숙제도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했다.
박군이 가장 취약한 영역은 언어. 고1 때 3등급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언어는 박군이 가장 신경 쓴 영역 중 하나다. "책에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필기를 했어요. 가끔 필기 잘하는 친구의 책을 받아쓰기도 했죠." 또 시를 여러 편 외우면서 중요한 시인의 경향 등을 익혔다.
박군은 2학년 때까지 숙제에만 충실하다 3학년 때부터 문제집을 다루기 시작했다. 문제를 풀 때는 하나하나 집중했다. 한 문제를 풀 때 10분 넘게 투자하기도 했을 정도다. 특히 비문학은 매일 긴 장문이 딸린 문제를 2, 3개씩 풀었다. "비문학은 주제 찾기와 단락 정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빨리 깨우치기 위해선 꾸준히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좋죠. 지문 해석도 여러 지문을 보는 훈련이 돼야 잘할 수 있어요."
영어는 단어장을 만들어 생각날 때마다 봤다. 보통 출제됐던 단어가 다시 출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어장 만들기가 중요하다는 것. 또 방과후학교 영어듣기 수업을 신청해 미국 드라마나 팝송을 보고 들으면서 듣기 능력을 키웠다.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는 시중에 나와있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서 매일 1회분 정도의 문제를 풀었다.
수학은 1학년 때부터 문제 중심으로 공부했다. 고난도의 문제집을 사서 하루에 30~40문제를 꾸준히 풀어나갔다. 풀리지 않은 문제는 해답을 보지 않고 체크해두었다 몇 차례 다시 풀었다. 과학 영역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서 배운 개념은 바로 관련 문제를 풀어보면서 확실히 익혔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는 자신이 취약한 단원을 중심으로 메가스터디 인터넷 강의를 애용했다. 논술의 경우는 평소 교과서의 증명 방법이나 실생활 문제를 꼼꼼히 챙긴 것이 도움이 됐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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