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불황이 이른바 '88만원 세대' 최저임금 구직자를 양산하고 있다. 젊은 미혼 독신자의 경우 최저임금으로 일정 기간 버틴다지만 30, 40대 가장에게 월 100만원 안팎의 임금은 가계파탄과 가족 해체, 노동력 착취 등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항종합고용지원센터에 구인 알선을 의뢰한 400여개 기업체 가운데 60% 정도는 연봉 1천200만원 이하를 채용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이 중 절반가량의 업체가 월 84만원, 90만원, 93만원 등 100만원 이하를 제시, 법정 최저임금 83만6천원의 기준선만 살짝 넘겼다.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공제한 뒤 근로자가 손에 쥐는 실질소득은 70만원대에 그친다.
이 같은 초저임금은 관리·경영·재무직 등 사무직은 물론이고 사회복지사·보육교사·판매원 등 구인을 의뢰한 거의 모든 직종에 적용된다. 기업주들이 불황과 구직자 포화상태라는 현실을 노려 임금을 깎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일자리를 찾아 포항종합고용센터에 나온 선반 기술자 김모(36·포항 창포동)씨는 "지난해 10월까지 자격증이 있으면 초임 120만원에 1년을 넘기면 150만원 정도는 받았으나 지난 3개월여 만에 초임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1년이 지나도 100만원 받기가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또 지나친 저임금으로 인해 취직을 했다가도 1, 2개월 만에 그만두는 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저임금 구조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구인게시판 앞에서 만난 배모(28·경주시 황성동)씨는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월 90만원을 받으며 3개월을 버텼으나 통근비용과 점심값 등 필수비용을 빼고나면 남는 게 없어 퇴직하고 월 110만원 정도 일자리를 찾는데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사회 초년병이나 주부 등 신규 취업자들에게 국한됐으나, 최근엔 '직종·학력·경력에 관계없이 월급 120만원'으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항종합고용지원센터 구인게시판의 채용안내 자료 가운데 연봉 2천500만원 이상 제시 업체는 10개사에 불과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구인업체에 비해 구직자가 많고, 특히 제조업의 경기악화로 생산·노무직 인력을 구하는 기업이 줄면서 임금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포항·경주 등 경북 동해안 5개 시군에서 노동부에 등록한 구직자는 1만3천762명이나 됐지만, 구인수는 8천239명에 그쳤다. 또 영세업체가 많은 경주 지역의 경우 전체 구인업체의 80% 이상이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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