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경인] 장동희 주 리비아 대사

입력 2009-02-09 06:00:00

"글로벌 꿈★ 향한 무한도전을"

▲ 리비아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장동희 대사는 다양한 국제행사 유치가 지역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리비아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장동희 대사는 다양한 국제행사 유치가 지역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이란 단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직업이 외교관이다. 국익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매일매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를 뿐 아니라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일하기때문이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에는 국내보다 해외 근무자가 더 많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대학 출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학마다 고시 열풍이 거세지만 외무고시는 여전히 '비인기 종목'인 게 지역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장동희(53) 주리비아 대사는 선구자였다. 그는 1977년 경북대(행정학과 졸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무고시(11회)에 합격했다.

"다른 지방에 비해 외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적었던 탓인지 당시에도 외무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필수과목인 제2외국어를 제대로 배울 학원도 없어서 방학 때는 서울까지 유학을 가야했죠. 물론 고시 합격 후에도 진로상담을 해줄 만한 대학선배가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칠곡 왜관 출신인 그는 그래서 고향인 대구와 경북이 각종 국제대회 유치에 성공했다는 신문기사를 보면 무척 반갑다고 했다. 세계로 향한 창이 닫힌 지역에 큰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향인 대구경북이 폐쇄적인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여전히 갖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 번 굳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선적으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는 대구의 세계화에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는 외교통상부 내에서 손꼽히는 국제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1991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사법(私法)통일 국제연구소'(UNIDROIT) 파견이 계기가 돼 미국 근무시절인 1994년 휴스턴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2005년에는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외근무와 공부의 병행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국과 수업방식이 다른데다 영어도 능숙하지 않아 말도 못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죠. 중간에 그만둘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경야독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비엔나 국제기구대표부 참사관, EU대표부 공사, 제네바 국제기구대표부 차석대사 등 다자간 외교의 최일선에서 뛰어온 그는 겉보기와는 달리 외교관 생활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고 소개했다.

"국제기구 회의가 거의 매일 열리는 제네바에서는 주제가 다른 회의가 아침저녁으로 이어집니다. 식사도 업무를 겸한 오찬·만찬이어서 소화가 안 될 지경이었죠. 무역·인권·환경·군축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서 전문지식을 갖추려면 잠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덕분에 골프도 만년 초보수준에 머물고 입습니다. 하하하."

장 대사는 국제무대에서도 아주 평범한 진리가 성공의 열쇠라고 귀띔했다. 상대방이 누구이든 성심성의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님이 대사로 계실 때 함께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대사들이 모두들 반 총장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않더군요.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는 외교분야에서는 외교관의 평소 모습이 국가의 이익을 좌우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가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비아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나라다. 철저한 반미정책을 폈던 무아마르 카다피 최고지도자, 아프리카에서는 부유한 산유국 등의 정보만 언뜻 떠오를 뿐이다. 지중해 건너 로마 식민지였던 탓에 유적도 많이 남아있지만 국내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리비아인들은 한국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 동아건설의 사하라사막 대수로 건설 등 한국 건설업체 30여개가 각종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리비아는 한국인의 족적이 가장 크게 남아있는 나라일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이 리비아에서 수주한 건설공사금액만 해도 300억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리비아에 대한 기여는 너무 작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 경험을 후발 개도국들에 잘 전파한다면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장 대사는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저 같은 외교관뿐 아니라 외국에서 일한다는 것은 외롭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보람만큼은 큽니다.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외국어능력과 국제적 감각을 키워 해외로 눈을 돌려보십시오. 신념을 갖고 나아가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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