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해양경찰청 경비함②

입력 2009-02-06 09:14:58

▲ 독도 근해에서 괴선박 퇴치 훈련 중인 해경 1508함 대원들이 목표물을 향해 발칸포와 개인화기를 겨누고 있다.
▲ 독도 근해에서 괴선박 퇴치 훈련 중인 해경 1508함 대원들이 목표물을 향해 발칸포와 개인화기를 겨누고 있다.
▲ 최종집 부함장이 조타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괴선박 출현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 최종집 부함장이 조타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괴선박 출현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총원 상황배치, 총원 상황배치."

"13시 30분 현재 05시 방향 1.5마일 거리 괴선박 출현. 총원 상황배치." 최종집(50·경감) 부함장의 긴박한 음성이 바닷물결에 조용히 흔들리던 해경 1508함 함대 내에 쩌렁쩌렁하다.

"총원 상황배치."

전방을 살피며 명령 대기 중이던 조타실 당직자들이 복창(復唱)한다. 사물함에 비치된 헬멧을 쓰고 간이 구명대를 찬 대원들은 각자 레이더 스크린 앞으로 정위치했다. 조용하던 조타실 안이 상부 및 독도경비대 통보 등 상황보고 소리와 복명복창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갑판에서도 대원들이 방탄 헬멧을 쓰고 구명조끼를 입으면서 저마다 임무별 위치로 뛰어간다. 발칸포 사수대에 앉는 대원, M60 앞으로 달려가는 대원, M16을 들고 사주경계에 들어가는 대원, 물대포 앞에 정위치하는 대원, 방패와 곤봉을 들고 단정(短艇·RIB-Rigid Inflatable Boat)에 오르는 대원, 함선 양 날개에 붙은 단정 크레인 조종간을 잡는 대원 등 1508함은 순식간에 살벌한 전장으로 바뀌었다.

"넘버 원 승선완료." "넘버 투 승선완료."

무전으로 함대의 양 날개에 붙박여 있던 빨간 단정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넘버 원, 투는 적전용 고속단정의 호출넘버. 고속단정은 10마일 이내에서 단독 작전이 가능한 자체 레이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경특공대원을 포함해 6명이 승선, 60마력 엔진 2대를 탑재하고 시속 40노트로 달리며 선박 검색, 정선(停船), 상륙저지 등을 주임무로 한다. 함대의 돌격대이다.

"넘버 원, 넘버 투, 투하."

최 부함장의 명령에 함선이 구부린 크레인 양팔이 날개를 펴듯 바다 쪽으로 펼쳐지면서 서서히 수면으로 내려앉았다. 단정이 크레인에 달려 하강하는 동안 스피커에서는 다시 세부적인 행동명령이 떨어진다.

"제1, 제2단정은 목표물을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크로스오버하며 항진을 막은 후 다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며 진행을 완전봉쇄토록 한다. 소화전 살수 대기하도록."

명령을 받는 동안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대원을 태운 단정이 바다에 투하된다. 단정은 찢어지는 굉음을 내며 시속 80㎞의 속력으로 물 위를 날아 2㎞ 정도 떨어진 목표물 전방을 Ⅹ자를 그으며 교차한다. 두 척의 단정이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목표물 앞을 막아서니 웬만한 배는 전복될 지경이다. 더 이상 어떤 선박도 진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두 척의 단정은 다시 50여m 거리에서 목표물을 축으로 마치 프로펠러처럼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전속력으로 돌아간다. 마치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앞바퀴를 치켜들고 위협 운전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박은 포착된 이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그 자리에 닻을 내리듯 정지할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단정이 적 침투를 저지하는 동안 발칸포는 방향을 45도 돌려 목표물에 고정시키고 있다. 발칸포는 사격 개시 명령과 동시에 분당 1천500발의 포탄을 토해낼 것이다. 우현의 M60과 개인화기·소화전도 총구를 목표물에 집중, 명령과 동시에 화력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고 있다.

해경 1508함 괴선박 저지훈련은 북한 한류(寒流)에 실려 온 매서운 겨울바람이 볼을 후려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괴선박 저지훈련은 괴선박이 접근해 올 때 대원들이 메뉴얼에 따라 규모별·단계별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

이 작전의 성공여부에 따라 독도의 안위가 달려 있는 것이다. 때문에 1, 2m의 파도, 영하 2, 3℃의 추위쯤은 대수롭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밤낮이 있을 수도 없다. 평소에 비해 다소 파도가 조용한 편인 오늘밤에도 1508함은 다시 독도수호 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영토를 경계하는 선(線)은 늘 긴장감이 흐른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경계선은 가변적(可變的)이다. 정중동(靜中動)이다. 영토선을 확고히 지키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동서를 막론한 국가의 기본명제이다. 그래서 1508함 해양경찰들은 오늘도 거친 파도를 헤치며 이 땅을 범하려는 무리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