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에 사람이 지혜와 능력을 다하는 것은 모두 부귀해지기 위함이고, 온 힘을 기울이는 것도 남에게 재물을 넘겨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재물이 없는 사람은 힘써 일하고, 조금 있는 사람은 지혜를 짜내고, 이미 많이 가진 사람은 이익을 좇아 시간을 다툰다는 것이다.
'사기' 화식열전의 素封(소봉)은 다른 경우다. 소봉이란 직위나 봉지가 없는 封君(봉군)을 말한다. 직위에 따라 받는 봉록도 없고 식읍의 수입도 없으면서 이를 가진 사람들처럼 즐거워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득되는 일이 없는데도 즐거워하다니 이치에 맞지 않다. 옛말에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며, 100년을 살려거든 덕을 베풀라고 했는데 소봉은 맨 나중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도덕적 해이를 두고 '무책임의 극치'라며 분노했다. 구제금융(Bailout)을 받는 처지임에도 금융회사들이 184억 달러라는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때문이다. 시티뱅크는 전용 제트기를 구입하려다 가이스너 재무장관의 질타를 받고 취소했다. 세금으로 보너스 주고 제트기까지 사줘야 하는 꼴이라 이를 법으로 제재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도 공직 사회의 고질적 관행인 '와타리(わたり)' 문제로 시끄럽다. 원래 와타리란 공무원에게 자기 직급보다 높은 직급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주임에게 계장 월급을 주는 것인데 승진하지 않아도 장기 근속하면 상위 직급의 급여를 주는 구조다. 세금을 낭비하는 대표적 관행으로 자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퇴직 관료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낙하산 인사도 와타리다. 이도 모자라 2, 3년 일하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 다니며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 와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취업 사례가 최근 3년간 32건에 달한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자공이 "師(사)와 商(상) 중 누가 더 낫습니까?" 물으니 공자는 "사(자장)는 지나친 데가 있고, 상(자하)은 미치지 못하는 데가 있다"며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훗날 자하가 자식의 죽음을 너무 슬퍼해 소리 높여 울다가 눈이 멀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도 따르지 않아 화를 부른 것이다. 우리 공직 사회도 월가의 몰염치나 일본의 와타리 같은 병폐를 눈감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때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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