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견 건설업체에 다니던 이모(38)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월급을 못 받게 되자 근로복지공단에 '생계비 대부' 신청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퇴짜. 임금 체불 증가로 신청자들이 늘면서 생계비 대부 예산이 바닥났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공단 직원이 '지금 신청해도 대기자가 50명이나 되고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신청 자격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하더라"며 걱정했다.
임금 체불로 생계가 막막해진 근로자들을 위한 정부의 '생계비 대부 사업'이 예산 소진으로 올스톱되면서 임금 체불 근로자들이 두번 울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임금체불이 급증, 예산이 바닥나면서 당장 생계가 곤란해진 근로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닥난 정부 예산=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전국 55개 지사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대부사업' 접수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이 사업은 임금 체불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1인당 최고 700만원까지 연리 2.4%, 3년 상환(1년 거치)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빌려주는 것. 지난 한해 전국적으로 5천500여명에게 250억원을 빌려줬지만, 올해는 1월 한 달에만 3천500여명에게 200억원이 나갔다. 대구에서도 1월 한 달간 144건의 신청이 접수돼 6억5천만원이 넘는 돈이 대출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대출된 돈이 지난 한해 전체보다 많았다. 공단 관계자는 "신청자 대부분은 건설업체, 건축사무소 등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은 건설업계 근로자들"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정은 급격한 임금 체불 증가 때문이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2007년 1천520건이던 임금 체불 신고 건수는 지난해 2천150건으로 41% 증가했다. 1년 만에 1천건 가까이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기간 1만7천765건에서 2만7천558건으로 55% 늘어났다. 특히 산업단지와 공장이 몰려 있는 대구지방노동청 구미지청에는 지난해 211건의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돼 전년도에 비해 두 배나 됐다.
공단 측은 의료비, 장례비 등 긴급 대출 자원으로 조성된 '근로자 생활 안정 자금' 중 100억원을 '임금체불 근로자 생계비 대부사업'으로 전용, 이달부터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금세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신청자 한 명이 최대 700만원을 신청할 경우 300명 규모의 대규모 사업장 한 곳만 집단 신청하더라도 대출 총액이 2억원을 넘는다"며 "예산을 크게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업급여도 사상 최대=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매달 28만명이 2천400여억원의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9만3천명(84.3% 증가) 늘어나 월별 기준 증가율이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었다. 대구경북지역 경우 지난해 11월 5천779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으나 12월에는 두배 가까운 1만427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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