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 '감동주는 작품'이 최고의 작품"
#대구시향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 대구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장르는 '뮤지컬'이다. 대형뮤지컬 장기 공연이 잇따라 성공하자 대구시는 2007년 대구국제 뮤지컬축제를 만들었다. 또 올해엔 400억원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자본을 통해 준공, 일정기간 운영을 위탁한 뒤 시가 환수하겠다는 복안이다.
뮤지컬은 오페라와 클래식, 연극 등 타 공연 장르와 달리 대중성을 담보로 산업화가 가능한 장르다. 대구시가 눈여겨본 것 역시 이 점이다. 또 장기 공연이 가능해 예술 장르 중 유일하게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다. 과연 대구가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까? 대구국제뮤지컬축제 집행위원장이자 기획사 (주)성우 대표 배성혁씨를 만났다.
-최근 계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했다. 7만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결이 뭔가?
"작품 한 편을 선정하면 홍보·마케팅 등 전략 회의를 수십 번씩 반복한다.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요구한다. 직원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철두철미한 편이다."
-캣츠와 로트르담 드 파리, 시카고 등 대형 뮤지컬을 장기 공연하는 편이다. 작품 선정 방법이 있나?
"기획자는 철저히 관객 입장에서 공연을 이해해야 한다. 관객의 흥행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망한다. '돈'보다 '감동'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는 편이다. 몇몇 기획자들은 공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 사채를 빌려 공연을 한 뒤 '치고 빠지는 기획자'까지 생겨나고 있다."
-주변에선 성우 기획 역시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거액의 라이선스를 주고 해외 유명 공연을 들여와 대구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비판이다. 대구엔 무엇이 남는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의견에 반대다. 우선 세계 유명 뮤지컬이 대구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자체에 프라이드를 가졌으면 한다. 전국 광역시 중 대형뮤지컬 장기 공연을 할 만한 여력이 있고, 또 공연을 성공하는 곳은 대구밖에 없다. 한편으론 오해도 풀고 싶다. 단순히 해외 라이선스를 사서 외국 작품 원형을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뮤지컬 제작을 진두지휘할 연출가 한 명이 내한하는 것 외에 작품의 99.9%는 한국 인력으로 자체 제작된다. 그 과정에서 뮤지컬 제작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무대, 음향, 조명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배우와 무용수 등 대다수가 한국 인력이다. 모범답안을 통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로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선 뮤지컬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롯데월드 뮤지컬 전용극장처럼 오프런(공연시작일만 있을 뿐 끝나는 시점이 없는 공연) 형식으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한 편의 뮤지컬이 두 달, 세 달 이어진다는 것은 배우와 스태프, 음향, 조명 등 무대 관련 산업이 동시에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300, 400석 규모의 소극장을 통해선 창작뮤지컬의 '인큐베이팅' 역할이 병행돼야 한다."
-대구엔 이미 1천석이 넘는 공연장이 10개나 있다. 또 다른 공연장을 짓는 것은 낭비 아닌가?
"기존 공연장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을 특성화시켜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대구의 공연장은 각 구·군, 시, 대학 등 각자의 입장에 맞춰 지어진 다목적홀이다. 특성화시키지 못하면 곧 '세금 먹는 하마'로 변할 것이다. 정책입안자들의 혜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연장 외 인력자원에 대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뮤지컬 배우나 기획자, 대본가 등은 대학의 뮤지컬학과나 창작지원센터를 통해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공연 오디션을 통해, 관객의 평가를 통해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한 편의 뮤지컬이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가량이 걸린다. 창작뮤지컬의 경우 해를 넘기기 일쑤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수십 회 공연을 통해 관객의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연기력과 관객의 코드를 배우고 무대, 조명, 음향 등 스태프들은 노하우를 익힌다. 대구가 뮤지컬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선 자발적인 창작 공연 붐이 일어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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