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농구 그리고 리더십

입력 2009-01-28 10:35:44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또래보다 키가 작았다. 이 때문에 번번이 고교 농구부 입단을 거부당했다. 1979년 꿈에 그리던 유니폼을 입긴 했으나 UCLA'버지니아대 등 미 대학농구 최고 명문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좌절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딘 스미스와의 만남은 조던의 농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의 재목감을 알아본 노스캐롤라이나대(UNC) 감독 딘 스미스는 조던을 농구 장학생으로 받아들였고 그를 조련해 슈퍼스타로 길러냈다. 조던을 키운 8할은 스미스의 인품과 게임의 원칙, 리더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딘은 36년 동안 UNC 감독을 맡아 879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명장이다.

하지만 딘이 농구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선수를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어떤 식으로 게임을 할 것인지를 일깨우고 농구를 통해 어떻게 인생이라는 게임을 할 것인가를 가르쳤다. 데이빗 채트윅 등 많은 작가들이 딘 스미스의 지도력에 관한 책을 펴냈는데 공통적으로 '기본에 충실하기, 동료 의식과 가족적인 팀 분위기, 성공에 대한 비전, 긍정적인 말과 사고' 등을 딘 스미스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시했고, 개인보다 팀을 앞세웠다. 그리고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평생 관심을 기울여준 스승이었다.

최근 미국 유력 스포츠지가 오바마와 농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조던에게 딘 스미스가 스승이듯 흑인 오바마의 스승은 바로 농구였다. 흑인 오바마의 정체성을 일깨운 것도, 대통령에 이르는 험난한 과정에서 자양분이 된 것도 농구였다고 분석했다. 농구로 인정받고 싶었으나 오바마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크고 값진 것을 농구를 하면서 배웠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부대끼는 동네농구를 하면서 분쟁을 조정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또 타인의 얘기를 들어주는 통합의 리더십을 배운 것이다.

평범한 수많은 선수들과 선수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지도자, 농구에서 새 인생을 찾은 흑인 대통령. 그들의 공통분모는 리더십의 농구였다. 직장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려운 시절이다. 좌절과 역경을 이겨내는 리더십이 어찌 농구에만 국한되겠나.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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