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스 타르디외 지음/길혜연 옮김/뮤진트리 펴냄
소설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등장한다. 주인공 알리스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 (어머니는 알리스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 또 아버지에 대한 사랑,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옛 연인에 대한 사랑, 아버지의 알리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5년이 지난 후 만난 어머니의 옛 연인에게 스칠 듯 느껴지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
죽기 이틀 전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를 사랑했다, 알리스, 네 어머니는 그 남자를 사랑했어.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난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소설은 '네 어머니는 그 남자를 사랑했어'라는 아버지의 유언과 같은 마지막 고백을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알리스는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연인을 만나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모습을 찾아간다.
나는 이미 죽고 없는 엄마에게 묻는다.
'난 엄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요. 블랑딘, 당신은 누구죠?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떤 여자였죠? 꿈은 있었나요? 고민은요? 왜 아버지와 결혼했어요? 그 남자는 왜 만났죠? 누굴 사랑했어요? 둘 다 사랑했나요? 한 사람만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나요? 난 왜 낳았죠? 그냥 나를 원한 건가요? 난 엄마에게 어떤 존재였어요? 날 어떻게 생각하죠? 엄만 날 어떤 눈길로 바라봤어요? 엄마는 마지막 순간에 내가 한평생 엄마를 얼마나 찾아 헤맬지 생각이나 해 봤어요? 끝없이 엄마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예요. 그 공허감이 바로 내 인생이 될 것을 상상해 봤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웠나요? 그래서 날 더 사랑했어요? 엄만 날 사랑했나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사랑을 묻고, 사람을 묻고, 그래서 대체 어떡할 참이냐고 묻는다.
사랑….
이 소설의 주제고 제목이기도 하다. 사랑, 얼마나 진부하고 노골적인가? 역자의 말처럼 현대소설은 '사랑이란 말을 입밖에 내지 않고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약속처럼 돼 있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사랑'을 전면에 등장시켜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쩌면 우리가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사실은 한번도 완성된 적이 없는 무엇이며, 너무나 익숙하고 진부하지만 언제나 낯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인생이란 결국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며 사랑은 우리가 결코 도착하지 못할 땅이라고 말하려는 것일까?
매일매일 사랑하느냐고 묻는 당신, 매일매일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당신,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사랑을 나누자고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당신,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 소설은 끊임없이 사랑을 묻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답하지 않는다. 그러니 늘 사랑을 외치는 독자도 그게 무엇인지 굳이 답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란 원래 답하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니까. 151쪽, 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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