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미래로 가는 다매체종합예술

입력 2009-01-23 06:00:00

대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겨울방학 시기는 연주회가 거의 없는 시기여서 오늘은 약간 다른 이야기로 지면을 열어볼까 한다.

필자가 유학시절 생활하였던 독일의 데트몰트라는 도시는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조그만 도시였지만 세계 유스호스텔이 시작된 도시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이 거의 없었던 도시여서 독일의 국립음악대학들 중 유일하게 휴교를 하지 않았다.

브람스가 젊은 시절 궁정악장을 지냈던 궁전이 시내 중간에 있어 궁전 정원 중간에는 브람스의 흉상이 있고, 시민들은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곳 음대에는 현대음악사에 거의 빠짐없이 그 이름과 업적이 기록되어 있는 기젤러 클레베라는 유명한 작곡가가 교수로 있었기에(필자도 그가 은퇴하기 전 몇 학기동안 그의 음악문헌강의를 들었다) 현대음악발표회도 상당히 많이 열리곤 했다. 필자는 학생들의 발표회에 이르기까지 유별나게 현대음악 발표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는 한 중년신사를 주의깊게 지켜보다가 한 번은 그와 공원을 거닐며 대화를 할 기회가 있어서 특별히 현대음악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주 명료했다. "고전음악은 마음만 먹으면 늘 접할 수 있지만 현대음악은 이 시대의 소리이며, 찾아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미래의 청사진이기 때문에 새로운 소리의 현장에 있는 것이 즐겁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현대음악 뿐 아니라 현대문학과 미술에도 관심이 많으며, 그 작품들을 통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그는 놀랍게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자기의 특별한 취미를 누구에게 권하지도 않고 스스로 즐긴다는 점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매우 유능한 친구가 있었는데 1990년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독일 전역이 축제분위기였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독일이 월드컵 우승을 해서 좋겠다"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던졌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이 자기에게는 자랑거리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자기는 축구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너무나 획일적인 사회 환경 속에 살아온 한국인인 필자에게는 그 말 자체가 매우 충격이었다. 반드시 남들이 일반적으로 즐기지 않는 특별한 것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자신의 영역이 있는 삶의 가치를 느껴보는 것도 귀한 일이다 싶어 권해보고 싶다.

음악회가 거의 없는 시기이지만 특별한 음악을 겸한 현대적 종합예술을 경험해 볼만한 음악과 소리가 있는 전시회를 소개한다. 1월 16일부터 3월 8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멀티아트홀에서 열리는 '사운드박스에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까지'란 부제가 붙은 '사운드 & 미디어아트전'. 이미 대구의 대표적 축제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뉴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나 김용규의 다매체종합예술 발표회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면서 최근 들어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매체 종합예술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새로운 미래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전시회이다. 053)666-3266.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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