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TV화면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가 이번에는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 가히 절정이다. 규모면에서도 역대 최고라는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화합과 책임감을 강조한 그의 취임사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해 11월부터 준비됐을 것이다. 27세의 청년 존 파브로가 2달 동안 오바마를 스토킹하듯 밀착 취재하며 그의 아이디어에다 스타일과 즐겨 쓰는 어휘를 골라 문맥을 다듬었다. 그러면서 취임 1주일 전부터 연설문의 상당 부분을 직접 썼다고 한다. 선거 기간을 통해 최고의 대중연설가로 알려진 오바마의 짧고 간결하면서도 대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명연설은 그렇게 다듬어진 것이다.
취임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실제상황"이라 규정하고 '지금은 새로운 책임의 시대'라며 "국가의 위대함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했다. 롤모델인 링컨과 케네디를 연상시킨다.
대중은 현란한 쇼를 원하고 지도자의 연설은 자극적이고 감정적일 때 박수를 받게 된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만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였던 데이비드 커스네트는 포퓰리즘에 따라 연설하는 사람은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 없고 잘해야 주지사나 상원의원에서 끝난다고 단언했다. 역사학자 슐레진저도 "현대에 와서 선거에서 60% 이상 득표율을 얻은 대통령은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고 분석했다. 압도적 대중 지지를 받고 있다는데 陶醉(도취)되어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때문일 것이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식을 갖고 '국민 성공시대'를 열었다. 530만 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그의 취임은 국민들에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흥분과 기대를 안겨줬다. 채 1년도 못 됐지만 그동안 참으로 멀리 온 듯, 오래된 느낌을 갖는다. 2년차 임기를 맞는 이 대통령이 측근들로 진용을 개편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오늘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출발이다. 그의 성공으로 지구 건너편 대한민국에도 영광의 빛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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