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 시장의 문화 마인드는?

입력 2009-01-14 11:08:06

70'80년대식 공장유치만 급급/문화의 산업적 가치엔 눈 못떠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전'현직 대구시장 3명의 재임 과정을 보면 이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정책의 큰 틀이 처음에는 각기 다른 듯 하다가 막판에는 '문화'나 '환경'쪽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시장마다 적지않게 시행착오를 겪었고, 고육지책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전임 시장들의 정책 변화상을 살펴보면 오늘날 대구 시정의 문제점이 자연스레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1995년 문희갑 前(전)시장은 선거때부터 '경제 시장'임을 앞세웠다. 재정경제부 예산실장,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문 핏대'라는 별명에서 보듯 강한 성격과 추진력을 가진 그는 초반부터 '위천 국가공단' 설치를 놓고 정부, 부산경남 지역과 격렬하게 부딪쳤다.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각계에 하소연하거나 협박(?)도 했다. 그러다 결국 포기했다. 힘에 너무 부쳤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경제 살리기에 매달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남기고 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바꿨다.

그후 문 전 시장은 '문화 시장'으로 변신했다. 경상감영공원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새로 단장되거나 만들어졌고 시립미술관 등도 계획됐다.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정책으로 전환한 사례다.

2002년에 취임한 조해녕 전 시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그는 선거운동 때에도 경제 문제를 크게 앞세우지 않고 '환경 시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문 전 시장의 전례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임 초기에 터진 대구지하철 참사로 市政(시정)이 마비되다시피하면서 자신의 뜻을 피울 새 없이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당시 필자가 대구시청을 출입하면서 본 그는 사려깊고 통이 큰 스타일이었다. 임기 후반기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하게 큰 그림을 그려 나갔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2011년 육상선수권대회 유치' '오페라 축제' '달성 테크노폴리스 조성'같은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했다. 이것들은 요즘들어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정책이다. 물론 자신의 임기내에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후임자에게 미련없이 물려주고 떠났다.

2006년 취임한 김범일 시장의 모토는 '지역경제 살리기'다. 불철주야 뛰었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역경기가 최악의 상황인 만큼 경제 살리기에 우선 매달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성과도 꽤 있었다. 앞의 시장들과는 달리 현정권이 들어서는 바람에 여건도 좋았다.

김 시장은 얼마전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를 유치했는데 (시민들이) 잘 몰라 안타깝다." 맞는 얘기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피부에 얼마나 와닿는 문제인지는 의문스럽다. 시가 연일 남발하는 경제정책들도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대구시가 70, 80년대 식의 아날로그 정책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국제대회 한개, 공장 한개를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문화라는 '무기'를 앞세워 우회적으로 경제를 살릴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화산업은 시대의 話頭(화두)인 만큼 모르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구 도심에 골목길과 고택, 문화창조발전소 같은, 어딜 내놔도 자랑할 만한 자산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조차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자전거 도로도 만들지 못하고 여전히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다. 한일극장앞 횡단보도도 긋지 못했다. 한마디로 문화 마인드 부족이다. 시민들의 수준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데 공무원들의 의식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게다가 문화계와 전문가들의 苦言(고언)을 귀담아 들을 만한 자세도 안돼 있다. 앞으로 얼만큼 시행착오를 거쳐야 시민들의 마음에 와닿는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인가.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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