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알법한 대기업이 전액 현금 결제를 해주다가 이제 절반은 어음을 섞어줍니다. 대기업이라고 요즘 안전하지도 않으니 대기업 어음도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르잖아요? 정말 불안해 죽겠습니다" (철강가공회사 대표 A씨)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산업현장에 '도산 태풍'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용 불안'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납품대금을 떼일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까지 어음을 끊어주기 시작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은 납품대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방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 유용한 것이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험'과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공제기금'.
◆신용보험
건축내장재 제조회사인 B사는 신성건설의 법정관리신청으로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주변의 권유로 신용보험에 가입했다. 5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B사는 신용보험 덕분에 4억900만원은 건졌다.
차부품회사인 C사도 납품사인 1차밴드가 부도나면서 2억원 가까운 돈을 떼일 위험에 놓였다가 신용보험금으로 1억3천500만원을 받았다.
기업들의 부도 불안이 커지면서 신용보증기금에서 들어주는 신용보험 가입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신용보험 신규 가입 기업은 경기 불안이 크게 확대된 지난해 하반기 614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544곳)에 비해 13%나 늘어났다. 기업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경비절감을 위해 기업 입장에서는 보험상품 가입을 줄여야하지만 신용보험 가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어음 결제 확산이 기업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전국 1천418곳의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판매대금 가운데 어음 결제 비중이 45.1%로 집계됐다. 제품을 납품한 뒤 납품가의 절반만 현금을 받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존 최고 기록인 2004년 1분기의 43.7%를 1.4%포인트나 웃도는 것이다. 1년 전인 2007년 4분기(36.4%)와 비교하면 8.7%p나 높아졌다.
게다가 중소기업이 손에 쥔 어음으로 실제 판매대금을 받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28.1일로 조사됐다.
신용보증기금 대구본부 김남수 신용보험팀 차장은 "대기업들도 어려워지면서 어음 결제가 갑자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역내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용보험 가입이 급증하는 중"이라고 했다. 문의 053)430-8962.
◆중소기업 공제기금
대구 성서공단의 선유업체인 S사는 최근 납품을 하던 거래업체로부터 4천만원짜리 가계수표를 받았다. 가계수표를 현금화하려고 해도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수표를 할인해 줄 수 없다며 현금화 하지 못하다가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이 창구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했다.
경산에서 제조업을 하는 W사도 거래처로부터 가계수표 3천만원짜리를 받았다. 주거래은행을 찾아 할인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한 후 1년 전 중소기업 공제기금에 가입한 것을 생각해 제2호 대출(어음수표 할인대출)로 현금화, 자금난을 일단 해결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나 거래처에 납품하고도 어음이나 가계수표를 받았을 때 중소기업 공제기금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1호 대출(연쇄도산방지 대출) 경우 상대방의 도산 등으로 상거래에서 받은 어음 및 수표가 부도처리 되었을 때이며 대출한도는 부금잔액의 10배 이내에서 무이자로 3년(6개월 거치 후 30개월 분할 상환)간 무담보 무보증으로 빌려준다.
제2호 대출(어음 수표 할인대출)은 상거래에서 받은 어음 및 수표를 현금화하고자 할 때 부금 잔액의 10배 이내에서 대출해준다. 6.00∼8.25%의 이자율로 대출기간은 180일 이내다. 제3호 대출(단기운영자금 대출)은 일시적으로 단기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한도는 부금잔액의 4배 이내로, 이자율은 6.250∼9.50%로 대출기간은 1년이다.
대구경북에서 이 공제기금에 가입한 업체는 모두 1천123개업체.
대경본부 박동호 계장은 "최근 어음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공제기금을 활용하면 자금난 타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의 053)524-2100.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신용보험=거래처의 부도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는 제도.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매출채권과 어음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고 전년 매출액이 300억원 이하인 제조업, 제조 관련 도매 및 서비스업체가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면 떼인 돈의 70, 80% 정도를 보험금 청구 1주일여만에 받아갈 수 있다.
▨ 중소기업 공제 기금=중소기업의 연쇄도산 방지 및 경영안정을 위해 정부가 재원을 출연해 지원하는 제도. 상거래에서 받은 어음 및 수표가 부도났을 때, 받은 어음 및 수표를 현금화하고자 할 때, 단기운영자금이 필요할 때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