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선수의 가치는 몸값으로 평가받는다.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 팀의 스타가 더 많은 연봉을 위해, 혹은 챔피언 자리에 서보고 싶은 마음에 전력이 좋은 팀으로 이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더욱이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팀 사정상 언제 트레이드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 곳에 꾸준히 머물며 명성을 쌓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스타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팀의 상징으로 남는 것이다. 20시즌 동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만 뛴 '영원한 3할 타자' 토니 그윈(2001년 은퇴), 지저분한 헬멧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기억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영혼' 크렉 비지오(18시즌·2007년 은퇴)처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41세 동갑내기인 대투수 두 명이 정든 둥지를 떠난다. 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번갈아 맡으며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마운드를 지킨 존 스몰츠와 샌디에이고 부동의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호프먼이 주인공. 비록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오랜 세월을 애틀란타, 샌디에이고와 함께 한 그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나 진배없는 존재들이다.
타자를 쏘아 보는 강렬한 눈빛과 강속구, 날카롭게 휘는 고속 슬라이더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스몰츠는 디트로이트에서 트레이드된 뒤 애틀란타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 더욱 프랜차이즈 스타로 느껴지는 선수다. 함께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이 애틀란타를 떠날 때에도 부상을 이겨내면서 홀로 애틀란타를 지켰다.
21시즌을 애틀란타에서 보내며 통산 201승154세이브를 기록한 스몰츠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00승, 100세이브, 3천 탈삼진 기록을 가진 유일한 투수. 지난해 어깨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 은퇴를 고민했으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기로 마음을 굳혔다. 보스턴의 전력상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드디어 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93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다 샌디에이고로 배를 갈아탄 뒤 16시즌 동안 통산 544세이브를 기록한 호프먼은 올 시즌부터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며 600세이브에 도전한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마운드에 오를 때 장엄하게 울려 퍼지던 록 그룹 AC/DC의 '지옥의 종소리(Hells Bells)'는 이제 샌디에이고의 홈구장 펫코파크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베테랑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좁아져 가는 입지와 현역에서 뛰고 싶은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오래 몸담은 팀이 있고 그 팀에 남을 수 없다면 고민은 더 커진다. 매덕스와 마이크 무시나 등 거물 투수들이 2008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가운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살아있는 전설' 스몰츠와 호프만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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