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권력과 벼슬을 잃어버리고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사제간의 의리를 잊지않고 제주도까지 찾아온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세한도에는 오두막 한 채와 거친 세파에도 굳센 기상을 잃지않은 소나무와 잣나무 네 그루가 그려져있다. 그 뿐이다. 여백이 화폭을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간결의 극으로 선비의 지조를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한도의 여백은 여백이 아니다.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 중 하나가 공원의 여백에 대한 인식차로 비롯되는 문제이다. 공원의 잔디밭과 조경수가 있는 공간을 비어있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비어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에다 각종 기념물이나 건물을 건립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공원은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있을 뿐 아니라 전기와 수도, 도로 등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시설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공원의 잔디밭과 각종 식물들이 자라는 공간은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잔디와 나무로 꽉 채워져 있다. 세한도의 여백이 여백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몇몇 주제공원을 제외하고는 도시의 공원은 아파트에 갇혀사는 시민들의 정원이자 도시화로 인해 지금은 사라져버린 추억의 뒷동산을 대신한다. 시민들은 공원이 채워져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비워져있기 때문에 찾아간다. 공원은 비워져 있으므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원에 시설을 추가해서 건립하자고 하는 분들은 먼저 대한민국 국보 180호인 세한도를 한번 감상해 보길 권한다.
김남구(대구시 공원녹지과)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