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식물원에는 소사나무 한 그루 있네,
나는 가끔씩 그 소사나무驛에서 구름의 삼등칸을 탄다
「구름의 삼등칸」을 읽으면 소사나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어찌해서 소사나무가 역참(驛站)이 되고 어찌해서 소사나무가 구름을 부르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 짧은 시는 그마저 쉼표로 연결되어 더 간결하다. 먼저 왜 소사나무에 역의 이미지를 보태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둘째 소사나무역에 왜 구름의 성층권이 생성·소멸되는가 하는 것이다. 두 개의 질문은 아마 서로 같은 고리를 가지고 있을 터이다. 소사나무에 대해 알아보자. "작은 가지와 잎자루에 털이 밀생하며 턱잎은 선형이다. 잎은 어긋나고 난형이며 끝이 뾰족하거나 둔하고 밑은 둥글다. 잎 길이는 2∼5㎝로서 겹톱니가 있고 뒷면 맥 위에 털이 있다"는 백과사전적 지식을 뒤적여 보지만 겨우 "한 꽃이삭에 꽃이 많이 달리는" 섬소사나무에서 구름의 이미지를 희미하게 읽어볼 뿐이다. 지식이란 이럴 때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차라리 소사나무라고 입말로 읽을 때 혀와 구개와 목젖에 두 번씩 작은 파도처럼 부딪치는 시옷 음가가 구름을 불렀다고 생각하는 게 더 즐겁다. 아니 시옷 음가는 부딪치지 않고 부드럽게 혀와 구개와 목젖 근처에서 일렁인다. 박정대의 구름은 어딘가로 가고 싶은 생각, 무언가 즐거운 생각 따위이다. 그야말로 원래 시인이었던 사람의, 생각의 물질로 구름이 선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사나무에 걸린 구름은 소사나무 아래 추억이 있었다는 것, 어딘가 가고 싶은데 소사나무 아래의 추억과 함께 가고 싶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그야말로 경계를 넘어버렸다. 오히려, 이 시를 읽고 앞서 말한 두 가지 의문, 어찌해서 소사나무가 역참이 되고 어찌해서 소사나무가 구름을 부르는가 하는 의문이야말로 시작노트를 남기지 않았던 이 시인의 속셈일지도 모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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