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희망, 우리가 쏜다] ④보우

입력 2009-01-09 10:21:45

▲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용 섬유인 \
▲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용 섬유인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보우의 김복룡(오른쪽 네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자사 펠트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내 ㈜보우(대표이사 김복룡)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산업용 섬유인 '엔드레스 펠트(felt)'를 생산, 제품의 절반 정도를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는 신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1988년 설립한 이 회사는 종업원 30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지만 고강력 고내열 산업용 '엔드레스 펠트'(연결선이 없는 두꺼운 부직포)만큼은 세계 최고수준의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하는 이 업체는 생산물량의 50%를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 터키 등 30여개국에 수출한다. 보우는 국내보다는 기계산업으로 유명한 독일 등 유럽과 일본에서 오히려 인기가 높다.

각종 섬유소재를 촘촘히 바느질해 5∼20㎜의 다양한 두께로 만드는 펠트는 수십∼수백t의 기계 압력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원상회복력도 빠른 최첨단 산업용 섬유다. 니트 모직물 등 의류용 원단을 생산하는 섬유업체에 원단의 열수축 방지와 표면 광택 가공 등 원단품질을 결정짓는 후가공 기계의 핵심부품으로 제공된다.

엔드레스 펠트는 인장(引張)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나 방탄조끼 등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섬유를 원재료로 약품 첨가와 1차 215℃, 2차 310℃ 가열과 건조 등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650℃의 고온에서도 타지 않는 이 펠트는 단가가 직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비싼 것은 1㎡당(두께 3㎜ 기준) 가격이 400만원 정도. 일본산(600만원 정도)보다 싸지만 품질은 오히려 일본 것을 능가한다.

섬유 후공정에 쓰이던 용도에서 나아가 고급 철판을 뽑을 때 철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방탄, 방검, 소방 용도로도 쓰이고 최근에는 하수 슬러지처리용 탈수기와 여과기 등 환경신소재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100여종이 생산되고 있다.

보우가 산업용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하기 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섬유 선진국에서 100% 수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이 펠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외국 회사에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납품을 받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에 대비한 재고부담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보우가 자체 또는 전문 연구기관과의 공동노력으로 이 펠트를 개발해 상품화하면서 사용 업체들은 수입 대체에 따른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 역수출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

김복룡(56) 대표는 "몇년 전 일부 업체에서 펠트 생산을 시도했지만 기술력이 뒤따르지 못해 모두 사업을 포기할 정도였는데 보우의 기술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그동안 김 대표의 집념으로 이뤄졌다. 회사 설립 이후 국내에는 이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없어 업체 기술자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샘플만 보고 기존의 제품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야만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외국의 펠트 생산회사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김 대표는 매년 10회 정도 외국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 참가를 통해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평균 10억원 안팎의 돈을 연구개발과 설비에 투자한다. 생산기계의 90% 정도를 김 대표가 직접 설계한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뛰어들어 남들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해 20년 동안 불황을 모르고 성장했다. 산업현장의 생산라인이 고급화, 자동화될수록 우리 제품의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수요처는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는 섬유에다 화학을 결합시킨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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