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장벽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에 금리를 절반 수준인 3%까지 떨어뜨리는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으나 유동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돈줄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우량기업들조차 흑자도산 위기에 몰리고, 소비는 소비대로 위축되고 있다. 금리를 낮춰도 자금이 돌아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어제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며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은행들은 12%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눌려 제 살길에만 급급해 왔었다. 이 수준에 미달하면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자칫 통폐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불안해 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강력한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실물경제 파국을 막기 위한 긴급자금 투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가 어제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내놓은 대책도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한 '보증운용 비상조치'다.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보증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신용회복이 가능한 서민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조정하고 채무를 연장해주는 '사전 채무재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은행'기업'가계를 통한 전방위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철저한 사후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성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당근과 채찍을 들고 '돈맥경화'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 바로바로 치유하는 신속성을 보여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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