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전투 위치로, 각 분대장은 정위치 후 보고하도록."
적 침투를 가상한 독도경비대 방어훈련. 대원들은 개인화기를 소지하고 접안장으로, 포대(砲臺)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간다. 무전기에서 보고가 이어지고 고함소리가 터진다.
"야 임마! 그렇게 느려 터져 어떻게 적을 막나. 뛰어."
지난해 11월 이후 독도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김태석(32·경위) 대장. 동도 정상 헬기장에서 쌍안경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무전기를 통해 지시하는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묻어난다. 훈련에 임하는 대원들의 얼굴에도 구슬땀이 흐른다.
이날 경비대원들의 모습은 연락선이 다니는 여름철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복 차림으로 관광객을 안내하던 대원들이 전투복에 총을 들고 뛰고 있는 것. 사람 좋다는 말을 들으며 웃음을 보이던 김 대장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독도 경계(警戒)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해양경찰이 책임을 지고,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독도경비대가 맡는 것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때문에 '독도에 적이 상륙'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로소 독도가 최전선임을 실감한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말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오늘 훈련이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1시간 30분 동안의 훈련이 끝나고 김 대장은 마뜩잖다는 표정으로 내일 오후 2시에 훈련을 다시 하겠다고 지시했다. 기동시간이 늦어 방어임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한결같이 울상이다.
김 대장이 이끄는 경비대는 '독수리 소대'다. 하늘의 제왕을 받듦으로써 땅에서의 평정을 완수한다는 것이 지휘 목표. 그는 대원들이 독수리의 움직임과 같이 선명하고도 민첩하길 바란다.
하지만 대원들을 옥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도 잘 알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체력단련실에서 대원들과 어울려 운동을 한다. 담배내기 탁구 시합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친구 사이다. 대원들도 공이 네트에 '닿았다' '안 닿았다' 한 치 양보 없이 승강이 벌인다.
김 대장은 광주 동신전문대(현 동광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서울 기동대에서 의무경찰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1998년 순경공채로 입문,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 경장 진급을 시작으로 2007년 경위 계급장을 달기까지 860명 동기 가운데 최연소로 가장 먼저 진급 행진했다.
그동안 파출소에서부터 강력반, 수사계, 교통계, 기동대, 국회경비대, 공항경찰대 등을 두루 거쳤다. 서울에서의 경찰 생활에 지칠 즈음 독도경비대장 공개모집에 응했다. 독도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는 마당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독도 수호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염원을 안고 그는 지난해 8월 부임했다.
사실 해경 경비정이 24시간 독도 주변을 돌며 1차 방어를 맡기 때문에 독도경비대의 군사작전상 부담은 크지 않다. 그러나 관광객이나 경비대원들의 안전사고나 만일의 사태에 대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서울 생활에서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로 죽을 맛이었는데 독도에서는 두 달씩 떨어져 살다보니 사람이 그리워지네요. 특히 지금은 무척 어렵습니다. 폭풍주의보로 교대를 못해 이미 근무기간 두 달을 넘겼습니다. 부식 공급이 끊겨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때가 많습니다."
김 대장은 가족 생각에 더 답답하다. 두달 넘게 못 본 네살, 세살 연년생 두 아들이 눈에 밟힌다. 하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희생으로 독도가 더욱 굳건해진다는 생각으로 잠시 혼란해진 마음을 다잡는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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