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순응하면 태우고 간다

입력 2009-01-07 11:05:28

정부, 최근 대형정책과제 쏟아내/맞춤전략 세우면 지역발전 기회

'운명은 순응하는 사람은 태우고 가고, 거스르는 사람은 끌고 간다'는 말이 있다. 작가 이병주의 소설 '비창'에서 술 가게 여주인이 자신을 사랑하는 노교수를 위로하면서 인용했다. 기원전'후를 살았던 고대 로마의 修辭家(수사가)인 세네카가 갈파한 명언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필자에게는 세네카의 운명 순응론을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발전을 곧잘 연결하곤 하는 버릇이 있다.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지 살펴보며 지역의 戰略(전략)을 짜야 정부가 지자체를 태우고 가서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들어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년 연설과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녹색뉴딜정책. 지난달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2단계 지역발전 종합대책에 대구경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이 많이 담겼다.

4년간 5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뉴딜정책은 4대 강 살리기가 核心(핵심)이다. 첫해인 올해 확보된 예산은 불과 4조3천626억원이다. 저수지 30곳에 테마파크와 공원, 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강원 통일전망대~포항~부산을 연결하는 3천114㎞의 전국 자전거도로 건설 등 사업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대체 수자원 확보 및 중소형 댐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에너지절약형 그린홈'오피스'스쿨도 대거 만든다.

남은 45조5천억원을 3년내에 투입하려면 내년에는 산술적으로 15조원은 넣어야 한다. 더 많은 사업이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해당 부처가 갖가지 아이디어를 구체 사업으로 바꿔 나갈 것이 自明(자명)하다.

필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정책은 도시 再生(재생)이다. 광역시 구도심과 지방 중소도시 재생을 위해 올해 중 도시재생지원법을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싹 쓸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 기존의 도시 재개발과 다른 개념으로 환경친화적이고, 골목과 가옥 등 전통과 유산을 지키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촉진지구와 신활력지역을 통합한 성장촉진지역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落後(낙후) 지역에 대한 특별 배려는 호남에서 주로 주장했다. 하지만 경북 북부 지역도 호남 어느 지역 못지않게 낙후된 곳이 많아 이 정책을 발전의 방편으로 삼을 수 있다.

시'군 간 연계 협력 활성화는 대가야문화권 발전을 꾀하고 있는 고령군'성주군에 딱 맞는 정책이다. 문화관광과 환경, 지역 축제를 연계하고, 농'산'어촌 간 공동마케팅을 강화하고, 비선호시설의 공동 이용을 촉진한다는 정책이다. 특히 10개가 넘는 시군을 아우르는 대가야문화권은 경북'경남'전남의 지자체가 해당돼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중복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는 지역발전 정책과 4년간 50조원을 투자하는 녹색뉴딜은 주로 정부가 사업 주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에 따라서는 지자체가 주체가 될 수 있고, 민간이라고 주체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게다가 지역발전과 녹색뉴딜의 내용은 각 지역에서 채워야 현실성 있고, 효과 만점인 아이디어가 나올 蓋然性(개연성)도 높다.

거듭 정부정책을 얘기하는 것은 대구와 경북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뜻에서다. 30개의 테마파크를 만든다손치더라도 대구경북에 하나도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역을 연결하는 자전거길도, 도시재생, 그린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매년 수십개씩 각급 학교에 강당이나 체육관을 짓고 있는데 가장 먼저 짓는 학교와 가장 늦게 짓는 학교 사이에 무려 50년이란 세월 차이가 난다고 한다. 시한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이러한 세월 차이는 없겠지만 각 지자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내용은 天壤之差(천양지차)가 된다. 경남에는 낙동강을 끼고 멋들어진 연구소가 들어서는데 경북의 낙동강 옆에는 수목만 무성할 수도 있다.

정부 정책에 순응해 타고 가고, 더 나아가 눈에 번쩍 뜨이는 기획으로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대구경북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己丑年(기축년) 새해에 가져본다.

최재왕 서울 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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