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올 겨울은 전기장판으로 나고 있어요"

입력 2009-01-07 09:24:23

기름값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덩달아 가스 사용 추이도 춤추고 있다. 한겨울인데도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난방을 덜하는 가정이 늘면서 가정집 가스 사용은 줄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기름값이 떨어지자 기름에서 바꾼 가스를 다시 기름으로 돌리고 있다.

◆산업용 가스 사용은 증가

대구 성서공단내 한 염색업체는 지난달 900만원을 들여 도시가스용 버너를 벙커C유 버너로 교체했다. 현재 벙커C유 가격이 ℓ당 515원으로 10월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져 도시가스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1천만원을 들여 벙커C유 버너를 도시가스용 버너로 교체했었다. 당시 벙커C유 가격은 970원으로까지 치솟았다.

업체 관계자는 "벙커C유에서 도시가스로 갔다가 다시 벙커C유로 돌아와 왔다갔다 하는 기분은 들지만 원가를 조금이라도 절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유가에 웃었던 도시가스업체는 올해 울상이다.

대구도시가스는 도시가스에서 유류로 전환하는 산업체가 많아 산업용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가스로 설비를 교체한 기업 중 8개가 다시 유류로 사용 연료를 바꿨다.

지난해에는 고유가 영향으로 벙커C유 등 유류를 사용했던 기업들이 도시가스로 속속 전환한 바 있다.

대구도시가스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37개 기업체가 유류에서 도시가스로 연료를 바꿨다. 이로 인해 이들 업체가 지난해 사용한 도시가스는 2천480만㎥에 달해 그 전년보다 7.4% 증가했다.

◆수송용도 증가

김모(51·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휘발유 차량을 CNG 차량으로 구조변경했다. 구조변경 뒤 한달 40만원 정도 들었던 기름값이 이제는 10만원으로 줄었다. 한달 평균 30만원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고유가의 영향으로 CNG(압축천연가스) 구조변경 차량이 급증했다.

대구도시가스에 따르면 지난해 CNG 차량으로 구조변경한 승용차가 177대에 이른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는 10여대에 불과했다. 특히 기름값이 폭등했던 7월에는 38대가 CNG 차량으로 구조변경했다. 휘발유와 경유, LPG보다 훨씬 저렴하고 친환경적이어서 시내버스에 주로 사용되던 CNG가 승용차로 확산된 것이다.

이같은 인기는 지금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ℓ당 최고 1천900원대까지 뛰었던 기름값은 현재 1천200원대로 떨어졌지만 CNG 가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CNG 차량의 경우 유가 상승 덕분에 차량대수가 많이 늘었다. 앞으로도 경제적인 우위와 친환경적인 매력이 작용해 계속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난방비 아끼자, 가정용은 주춤

임모(42·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한겨울인 지금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 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대신 전기매트를 구입해 부분난방을 하고 있다. 김씨는 "도시가스비가 부담돼 아주 추운 날씨가 아니면 보일러를 거의 가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황 영향으로 난방비를 줄이는 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정용 도시가스 판매량 증가세는 주춤하다. 가정들이 난방비 절감을 위해 가스보일러 가동을 줄이는 대신 전기매트 등 난방용품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정용 도시가스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2.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단독주택 및 아파트 가구수는 1만8천여가구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가구수 증가에 비해 도시가스 판매량이 현저히 낮은 것.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경기 여파로 절약하는 가정이 늘었기 때문으로, 이번 겨울 이같은 추이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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