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건 시간이 마치 가속도가 붙은 듯 점점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다. 필자가 살면서 가장 시간이 늦게 간다고 느꼈던 때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고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 하루하루는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 되었다고 아이와 함께 새 다짐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왔다.
2009년! 우리집 '공주'가 드디어 중학생이 되는 해이다. 아직 학교 배정은 받지 않아 어느 중학교에 다니게 될지는 모르지만 중학교 학부모가 될 필자는 무척이나 떨리면서도 설렌다. 중학생이 될 우리 아이에겐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 학교에 가서 적응을 잘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또 더 어렵고 힘들어진 학습을 잘 이해하고 쫓아갈 수 있을지 불안감도 엄습한다.
방학동안 어느 정도 새 학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방학특강 학원을 알아보는 것이 고작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방학이 돼도 계속 학습에만 매달려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럽다. 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볼 때면 그만두게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은 어려움에 포기란 것을 하게 되면 앞으로 아이가 사회에 나가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는 무책임한 사람이 될까 걱정이 된다. 아이가 힘든 일에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강인한 정신력을 조금씩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미국의 어떤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 요즘 많은 아이들이 자만심에 가득 차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지나치게 칭찬을 많이 해 자만심을 갖게 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또 이로 인해 자신의 기대치를 높게 잡고 있다 보니 사회에서 조금만 인정해주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한단다.
'아이 칭찬하기'는 필자 역시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보면 가끔 이런 일이 안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취업이 힘든 요즘, 조금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직장을 그만두는 일도 어쩌면 이 같은 원인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칭찬하고 자신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아이편에 서서 아이를 감싸안고 보호하는 것은 결국 아이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모 눈에는 마냥 어리고 모자란 듯한 아이이다 보니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아이가 중학생이니까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또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이상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으로 발돋움하는 아이를 앞에서 끌어주기보다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밝게 커주기를 기도해 본다. 내일은 그림그리기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함께 손을 잡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봐야겠다.
조미경(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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