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대비 독서능력 배양하려면?

입력 2008-12-30 06:00:00

2010학년도 대학입시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크게 나누어지며 수시에서는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통합논술은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에다 폭 넓고 체계적인 독서력이 뒷받침될 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독서의 힘이 필요하다. 독서의 중요성은 논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서능력은 다른 모든 과목의 학습에 기초가 된다. 수학 성적이 중위권에 머무는 상당수 학생들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언어의 이해력이 부족해서다. 언어 이해력을 높이려면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깊게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자질인 독서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바른 독서 습관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읽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문학작품을 접할 때 그 작품의 주제, 시대적 배경, 작품의 문학사적 의미 등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 전체를 온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언어감각이 개발되고 글쓰기 능력이 배양된다. 샤워를 하듯 글의 내용이 몸 속에 젖어들어야 한다.

▷사례 1=K군은 지금 대학교 1학년이다. 고교시절에 같은 과목 교과서를 항상 두 권씩 샀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한 권에는 온갖 내용을 다 받아 적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책에 적은 내용을 복습했다. 선생님의 설명을 받아 적은 책을 읽을 때는 적힌 내용 외의 것이 떠오르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무 것도 적지 않은 책을 읽을 때는 다양한 상상을 할 수가 있어 좋았다.

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두 권을 준비해 한 권에는 단어의 뜻을 비롯해 선생님의 보충 설명을 적어 넣었다. 그 책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단어의 뜻을 외우고 난 뒤,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책을 읽으며 단어의 뜻이나 문장 해석이 제대로 되는지를 확인했다. K군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가능하면 밑줄을 치지 않았다. 기억하고 싶거나 나중에 인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구절은 독서노트를 따로 만들어 기록했다. 깨끗한 책일 경우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늘 새로운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사례 2=B양은 현재 고3으로 2학기 수시모집에서 최상위권 대학 경영학과에 합격했으며, 올해 수능시험 언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특별하게 지도를 받았거나 학원에 다닌 적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읽고 난 뒤 그 줄거리를 요약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것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문학작품은 자신이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적었지만 비문학은 반드시 그 내용을 요약했다. 평소 글을 읽을 때 먼저 전체를 통독하고 그런 다음 문단별로 핵심 문장을 찾아내는 훈련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자신의 느낌이나 견해보다는 자습서나 해설문의 내용을 먼저 보며 자신의 견해나 관점보다는 그런 책에 적혀 있는 해설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B양 자신의 경험으로는 이는 잘못이라고 했다. 자습서나 평론을 읽기 전에 자신의 느낌이 어떤지를 중시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차이가 날 때는 그 이유를 생각해 가며 따져보고 그래도 납득이 되지 않으면 지도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며 토론하는 습관을 가진 것이 문제집을 몇 권 더 풀어보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언어영역 고득점 이렇게

평소 모의고사에서 고득점하는 수험생이 실제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소 산만한 듯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고 잡다한 것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자유분방한 학생이 예상 외로 실제 시험에서 고득점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영역은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 누누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학생은 별로 많지 않다. 언어영역 문제집을 푸는 것은 공부이지만 책을 읽는 것은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영역 고득점을 위한 3대 요소는 언어감각, 독해력, 읽는 속도이다. 이 세 가지 능력은 문제집으로는 배양되지 않는다. 특히 언어감각과 독해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문제집을 풀어도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많이 틀리는 학생은 독서를 통한 작품 감상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언어감각과 독해력만 있으면 몇 권의 문제집만 풀어보아도 전반적인 풀이 요령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언어영역 시험은 분석적 읽기를 통한 기교보다는 독서를 통해 배양되는 직관력, 상상력, 추리력을 갖춘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평소 글을 읽을 때 다음 사항에 유의하는 습관을 가지면 언어영역뿐만 아니라 논술 실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부모나 지도 교사는 학생의 독서 습관을 분석해 보고 문제가 있을 때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고쳐 줘야 한다.

▷분석의 목적은 종합=고3 내내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 문학작품이나 기타 인문, 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한 권도 읽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제집과 교과서를 이 잡듯이 분석해 뜯어보는 학습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 전체를 온 몸으로 느끼며, 줄거리에 젖어드는 독서를 해야 예민한 언어감각이 배양된다. 줄거리에 빠져들며 통독한 후 다시 읽으며 다양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통합하는 훈련을 하면 응용 가능한 논리력과 추리력을 기를 수 있다. 분석적으로 읽고 종합하는 능력이 없으면 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 문제의 해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분석의 궁극적인 목표는 종합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독의 필요성=균형 잡힌 다독과 정독을 통해 독해력과 탄탄한 어휘 실력을 얻을 수 있다. 참고서에 실린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으로는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많이 읽으면 독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이 동시에 좋아진다. 고3 수험생들도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감동을 맛보며 고전 작품을 몇 권 읽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풀이 기술은 보다 쉽게,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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