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철이다. 최근 지역에서 모처럼 '입시 朗報(낭보)'가 전해졌다. 대구 모 공고생이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이 학교가 1955년 개교한 이래 처음 있는 경사라고 한다.
고작 그걸 가지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 전문계고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최근 10년 내 처음이란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전문계 고교인 해당 학교로서는 개교 이래 50여년 만에 첫 서울대 입학이라니 '대단한 경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서울대 진학이 다반사인 인문계 고교에선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외국 유명대학으로 바로 진학하는 학생도 적지 않은 터에 말이다.
여기에 주목하는 것은 서울대에 합격한 그 학생이 학교의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개천 龍(용)'이란 점이다.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을 데려다가 장학금과 생활비, 교재비를 지급하고, 그것도 모자라 주요 과목 교사가 개별 지도까지 했다니 학교 측의 노력이 자못 눈물겹다. 그렇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은 이처럼 각고의 노력과 특별한 배려가 없으면 국내 우수대학 진학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두가 부실화를 넘어 붕괴로 치닫고 있는 공교육 탓이다.
과거 고교 평준화 이전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에 어렵지 않게 진학했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사교육 만능'의 현재 우리 교육 시스템에선 학생 본인이 아니라 부모의 능력 유무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 이로 인해 '개천 龍'들은 昇天(승천)은커녕 콘크리트 장벽의 시궁창에 갇힌 채 신음하고 있다.
공교육 부실화에 대한 비난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란 게 고작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국제중 설립 등이다. 이처럼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결같이 '가진 자'들의 경쟁력 프리미엄을 존속하거나 확장하는 방향 일변도다. 그렇다고 고교 평준화정책을 되돌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공교육 정상화 대안이 나와야 한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교육청의 공교육에 사교육 시스템을 접목시킨 실험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 실험이 '프로젝트 개천 龍'이 아니라 상시적인 개천 龍 배출 시스템이 되기를 빈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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