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거장展 / 예술의 전당 / ~2. 26
지금 L.A.에 있는 폴 게티 미술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남가주에 소재한 다섯 곳의 미술관들에 소장된 렘브란트 작품 14점을 가지고 사이버 상에서 벌이는 가상 전시회(Rembrandt in Southern California)를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게티 미술관 소유의 (1630-31) 초상은 사실적인 묘사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마도 렘브란트 그림 중에 이 정도로 대상의 외관을 완벽하게 재현한 작품도 드물 것이다. 노인이 입은 복장의 재질감, 특히 금속제 목둘레의 광택 표현과 이마의 주름, 물기어린 작고 푸른 눈동자, 면도하지 않은 턱에 돋은 수염의 잔털과 성긴 구레나룻 등의 세부묘사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정도다. 거기다가 인물 표정의 극적인 연출은 이 분야에서 거둔 그의 성공을 가히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초상이 모델인 노인을 얼마나 흡사하게 빼닮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동양의 전통에서 금과옥조로 치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측면에서도 무명의 이 모델을 두고 더 할 말이 없다. 초상화에서 대상과의 닮음의 문제를 제쳐두고도 관객을 매료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인간성 일반에 대한 한 전형의 획득이라고 말하기 전에 여기서는 디테일과 전체를 조화시키는 사실적인 묘사의 기법이나 형식적인 점에서 우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렘브란트의 초상화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간다. 젊은 시절의 성공을 보장했던 극적인 묘사로부터 후반에는 내면적 성찰의 깊이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전환하는데 그 시점을 1650년 무렵이라고 보는 이가 있다. 대가는 일단 거둔 성취에 머무는 법이 없다.
마침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미술 거장전'에 렘브란트의 후기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초상화 한 점이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 푸시킨 미술관 소장품인 이 (1650-52)의 초상에서는 매우 단순한 구도로 차분하게 인물의 내면을 향하는 작가의 냉정한 시선이 느껴진다. 아마도 이후의 렘브란트에게 일어날 변화를 예시한 듯하다.
미묘한 명암의 유희와 빛의 인상은 바로크 시기 네덜란드 양식 특유의 풍부함과 깊이를 발휘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17세기 이탈리아 풍경화의 기원인 푸생이나 로랭의 작품에서부터 루이스달을 포함한 17세기 네덜란드 작가들의 풍경화들과 정물화들 그리고 18세기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구아르디와 카날레토의 풍경화도 함께 전시된다. 여러 장르에 걸쳐 플랑드르와 이탈리아, 17세기와 18세기를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구색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미술사적 흐름 속에서 개인 및 시대 그리고 지역 간의 특징들을 이해하기에도 좋다. 렘브란트의 동판화 26점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명작들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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