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월항농공단지에 있는 목화표장갑 생산공장 정문에는 '대구은행 선정 유망중소기업', '경북도 지정 세계일류중소기업', 'ISO 9001 인증기업',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선정한 CLEAN 사업장', '경북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실라리안 참여업체' 등 다양한 인증마크가 빼곡히 붙어 있다.
1976년 설립된 목화표장갑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의 성장에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감성경영'이 바탕이 됐다. 직원 60명 가운데 장애인은 27명으로, 2%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유명무실해진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게다가 농촌 유휴인력 활용 차원에서 채용한 60~80세 할머니도 10명이다. 기업주라면 고용을 꺼리는 이들이 직원의 61.6%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장갑·면장갑·반코팅장갑·나일론장갑 등을 생산하는 공장에 들어가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장갑을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기 힘들다. 목화표장갑에서 생산하는 장갑은 소외된 이웃들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는 '사랑의 장갑'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목화표장갑이 많은 장애인을 식구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백규현(60) 대표의 의지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왼쪽팔을 다쳐 장애 판정을 받은 백 대표는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장애인 고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
목화표장갑은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기회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출·퇴근 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사정을 감안해 기숙사를 지었다. 일감이 밀려도 시간외 근로를 시키는데 제한도 따른다. 또 월급은 같은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가 중국산장갑 때문에 기업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목화표장갑은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을 대변하듯 고부가가치 특수·기능성 장갑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내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특수·기능성 장갑 수출 비중을 점점 늘리며 매년 5~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장애인들을 대거 고용해 성장을 거듭한 결과 2004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목화표장갑은 2년전 새로운 사회사업을 시도했다. 김천교도소 내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재활작업장을 개설한 것. 그 곳에서 교육 받은 재소자가 출소하면 고용까지 할 계획이다. 목화표장갑은 그동안 많은 사회적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대출금리지원, 세금감면 등 사회적기업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백 대표는 1997년부터 대구경북장갑공업협동조합 이사장과 대구경북장애인기업협회 수석부회장, 소기업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영세업체 경영 안정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해 중소기업을 빛낸 얼굴로 선정된 그는 "장애인들로 공장을 꾸려가는 장애인표준공장을 건설하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달성공원 인근에 작은 공장을 설립해 보고 싶다"는 새로운 희망을 밝혔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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