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한국의 기부문화-미국의 기업인들 재산…

입력 2008-12-25 06:00:00

기부문화는 한 국가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다. 한국의 기부문화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부형태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형식의 자선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 경제력에 비해 기부 규모가 적은 편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안전망을 보완해 주는 나눔과 기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선진문화 중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될 부분이 바로 기부문화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업 뿐 아니라 개인 기부가 사회문화로 정착됐다. 다양한 기부조직이 형성돼 있으며 부의 축적과 동시에 기부를 통한 부의 분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카네기·록펠러 등 막대한 부를 획득한 기업인들이 그들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 기부문화가 정착되는데 일조했다. 이들이 사회에 환원한 엄청난 돈은 장학재단을 비롯해 대학·도서관·박물관 등을 건립하는데 사용되었고 혜택을 누린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기부활동에 동참하면서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워런버핏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406억5천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는 2006년 310억 달러를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 전달했고 부인과 아이들 이름을 따서 세운 '수전톰슨버핏재단', '하워드G.버핏재단' 등에도 수십억 달러를 기부했다. 빌&멜린다 게이츠부부도 지난 5년간 26억2천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갑부 및 거대기업들의 막대한 기부와 더불어 미국의 기부문화를 특징 짓는 또 다른 요소는 어린이 및 저소득층까지 확산된 높은 개인 기부 참여에 있다. 2004년 미국에서 모금된 2천485억 달러의 기부금 가운데 개인 기부액은 1천879억2천만 달러로 전체 기부액의 75%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 기부액이 전체 기부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지 못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기부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4년 22.5%를 차지했던 개인 기부비율은 2005년 16.9%, 2006년에는 16.1%로 주저앉았다. 이같은 개인 기부비율은 세계공동모금회 45개 회원국 평균(69.5%)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75%)·캐나다(55%)·일본(70%)·싱가포르(81%)·홍콩(90%) 등 기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주요 국가의 개인 기부비율은 우리보다 평균 5배나 높다.

개인 기부액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는 성공한 사람들과 부를 축적한 사회지도층의 모범적인 기부가 적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부문화를 논할 때 늘 대두되는 말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오랜 전통과 풀뿌리 기부문화가 확산되어 있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자선에 인색한 부자들은 진정한 부자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거부들의 자선행위는 필수이며 존경받는 기업인의 척도가 바로 기부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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