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 발자국이 한 줄 잔설 위에 찍혀 있다. 아침 햇살이 입 대고 언 종적을 따라간다.
여기다!
날개 핀 자리, 상처가 좀
더 깊다.
의외의 시조 한 수를 만납니다. 이른바 '자유시로 쓴 시조'입니다. 말이 되는 소린지 어떤지는 몰라도 사실이 그렇습니다. 틀림없이 자유시로 썼으되, 보시다시피 이 작품은 엄연한 시조입니다.
이른 아침, 잔설 위에 찍힌 물새 발자국. 어떤 애련한 마음이 '언 종적'을 따라가게 한 걸까요. 아침 햇살이 입을 대는 족족 상처의 흔적들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여기다!' - 따로 뗀 종장 첫 구. 땅을 박차고 오르는 긴장의 일순입니다. 종종걸음은 멎고, 언 종적도 사라지지요. '날개 핀 자리, 상처가 좀/더 깊'은 건 비상의 실핏줄이 거기 오롯이 맺혔다 터지는 까닭. 그 상처와 비상의 경계를 겨울 강이 흐릅니다.
남한강 상류 쪽 어느 돌밭으로 가던 길에 처음 이 시를 들었어요. 물론 그때는 아침 햇살이 입을 대기도 전이죠. 듣는 순간 퍼뜩 시조로 와 닿던 '언 종적'의 감동을 여태 안고 있다 이제 내려놓습니다. 여기가 바로 '날개 핀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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