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대구라운드로 금융위기 풀자"

입력 2008-12-24 09:17:04

▲ 23일 오후 대구상의에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심포지움이 열려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대안모색과 기념관건립 방안이 논의됐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23일 오후 대구상의에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심포지움이 열려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대안모색과 기념관건립 방안이 논의됐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세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새로운 대구라운드를 제안한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23일 오후 대구상의 대강당에서 '국채보상운동 정신으로 미래를 상상한다'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의 의의와 계승을 주제로 김영호 기념사업회 회장의 기조강연과 ▷국채보상운동 기념관 건립 사업의 전개 과정과 성과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건립의 의의와 전망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모금운동의 전개와 성과 등에 대한 발표와 패널 토론이 있었다.

엄창옥 경북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국채보상운동 정신과 다면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기념관으로 설립·운영돼야 하고 대구경북 시민정체성을 강화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유한대학총장(기념사업회 회장)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폴슨 모델에서 브라운 모델이 제시되고 있지만 금융위기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IMF개혁론이 제기되고 있고 그 대안으로 사르코지 모델과 후진타오 모델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10년전 외환위기 때 대구라운드에서 제기했던 문제의식과 유사하다. 대구라운드 모델은 국채보상운동 정신에 기반을 둔 모델로서 IMF의 입장이었던 채무국의 책임론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과 동시에 채권측의 모럴 헤저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라운드 모델에서는 IMF개혁문제도 동시에 제기했다.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새로운 대구라운드 개최안을 제안한다. 미국의 구제금융정책은 신자유주의 바다에서 폭풍을 만난 배들을 구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폭풍이 잠잠해지면 다시 배들을 신자유주의 바다에 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계와 기업에 필요한 것은 유동성 구명밧줄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럴 구명 밧줄 혹은 사회책임 구명 밧줄이다. 우리는 이 전형을 국채보상운동에서 발견한다.

◆홍선표 독립기념관 연구소 책임연구위원

국채보상운동은 국권을 지키는데 경제 주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개화의 물결속에 사농공상의 유교적 전통에 젖어 있던 대다수 국민의 정서에 국채보상운동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일제의 경제침투를 경계하고 경제자립과 경제 주권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우쳐 준 체험적인 경제운동이었다.

국채보상운동은 일제의 간교한 탄압과 방해로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1908년부터 일제는 국채보상운동을 배일운동으로 단정하고 좌절시키는데 주력했다. 일제의 강제병합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운동을 주도한 단체나 요인들의 운신의 폭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국채보상운동의 결말이 미미했던 것은 운동주체의 역량 미숙과 결핍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제의 강력한 외압이 더 큰 요소였다.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1999년 열린 대구라운드에서는 당시 매우 낯선 용어였던 '채권자의 모럴 해저드'를 제기하며 "채권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응, 채무국의 입장과 논리를 발전시키고 대변해 앞으로 쌍방통행형 국제금융질서를 수립하도록 촉구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IMF 이후 최초의 '신자유주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국채보상운동의 전통에 연결시킨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라운드는 '외채'라는 문제를 국제적 시각(신자유주의 세계체제)에서 인식하면서 동시에 세계적-지역적-국민적으로 대응하기를 주장했다. 대구라운드 정신은 투기자본감시, 대안세계화, 대안연대회의, 신자유주의 비판 학술작업 등 운동과 조직으로 이어져 왔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

현재의 한국경제는 '97년체제'의 부산물이다. 97년체제는 당시 동아시아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의해 박정희 발전모델이 와해됨으로써 성립됐다. 97년체제가 세계금융 권력의 탐욕과 그것이 야기한 거품 경제의 환상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명백해졌다.

세계경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자본주의 체제의 내포적 조정 방식은 경제주체 상호간 나눔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97년체제 극복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세계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탈출 방식도 결국 국채보상운동이 보여준 대동의 정신과 자발적인 나눔 활동을 새롭게 재현해내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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