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물품' 기부 는다…불황에 바뀐 이웃돕기 풍속도

입력 2008-12-20 06:00:00

경기 불황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 형태까지 바꿔놓고 있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전체 기부액수는 올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현금 기부 대신 연탄이나 쌀, 농산물, 무료 수강증 등 소액의 현물로 온정을 전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19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의 총 모금액은 1천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 기부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억여원 줄어든 852억1천900만원에 머물렀지만 물품 기부액은 11억9천600만원이 늘어난 263억1천200만원에 달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총 모금액에서 차지하는 물품 비율이 20%를 넘어섰다"며 "불황이 지속되면서 현금 대신 물품으로 기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매년 조금씩 기부액이 늘고 있지만 이 중 물품 기부 비율도 함께 늘고 있다.(표)

물품 기부 중에는 특이한 기탁품들이 눈에 띈다. 수성구청과 수성구학원연합회는 1천만원 상당의 무료수강증을 기탁했다. 아동도서도 눈에 띄는 기탁 물품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는 다단계와 관련있는 물품도 들어오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현금 기부가 어려워 물품으로라도 온정을 전하려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대기업 브랜드는 아니지만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을 기탁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적잖다"고 했다.

또 대구는 소비재 생산보다 기계공업지역이다 보니 생산품을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농촌지역인 경북의 경우 농산물을 기탁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자원개발팀 이문희 대리는 "경북 북부지역의 영농조합에서 사과를 기탁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재까지 전달된 물품은 5천만원 상당. 쌀이나 라면, 연탄, 의류 등 생필품이 많다.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공단지역의 폐업으로 인한 재고가 많이 쌓인 것도 물품 기부가 느는 원인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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