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가격이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를 맴돌고,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떨어지는 데 서민 연료인 LPG만 고공행진 중이다. 더구나 국내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에도 같은 석유 부산물인 국내 LPG 가격은 내릴 줄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나홀로 오르는 국내 LPG
지난 7월 이후 국제 유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16일 현재 배럴당 42.55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7월 4일 140.7달러에 비해 69.8%나 떨어졌다. 유가 하락과 함께 LPG 국내 수입가격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수입업계에 따르면 12월 LPG 수입가격은 t당 335달러로 지난달 490달러에 비해 31.7% 하락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t당 950달러)에 비하면 무려 64.7%가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국내 판매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19일 현재 대구시내 LPG 충전소의 자동차용 평균가격은 1ℓ당 1천56원. 지난달 1천57원에 비해 54원이 오른 1천111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가 수입업체의 가격 재조정으로 54.8원이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가격이 자율화된 2001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용 부탄가스는 지난해 말 ℓ당 857원에서 올 12월 현재 1천56원으로 18.9%나 치솟았다.
◆수입업체 이익 vs 환율의 영향
유독 LPG 가격만 오르는 이유는 뭘까. 공급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따라 가격 인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환율 급등으로 유가 하락분이 상쇄됐다"고 주장한다. 가격이 월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가격에 시차가 날 수밖에 없고, 원유를 수입해 만드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완제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수입업체 관계자는 "선적에서부터 국내에 도달할 때까지 20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급 구조상 가격 시차가 한 달 이상 날 수밖에 없다"며 "수입 원가는 낮아졌지만 환율 급등으로 도입 원가가 올랐고, 가격 결정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환율 급등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최근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반박도 있다. 특히 11월 국내수입가는 t당 490달러로 전달(810달러)에 비해 39.5%나 내렸지만 국내 판매가는 전달에 비해 오히려 50원이 올랐다는 것. 더구나 판매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천326원에서 1천390원으로 4.7% 뛰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도·소매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국내 수입가격이 크게 내렸는 데도 공급업체들이 이전 인상 요인까지 모두 반영해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다행히 LPG 가격은 내년 1월쯤 큰 폭으로 내릴 전망이다. 국내 최대 수입업체인 E1은 19일 각 충전소에 공급하는 LPG 가격을 ℓ당 58.4원 내렸다. 또한 내년 1월에도 LPG 공급가격을 ℓ당 150~230원가량 내릴 예정이다. 환율이 안정될 경우 현재 1천110원대(대구 기준)에 판매되는 차량용 부탄가스의 소비자가격도 ℓ당 800~900원대로 떨어져 올해 초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휘발유와 경유, LPG의 가격 비율을 100대 85대 50으로 맞추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LPG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
국내 수입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사가 매달 한 번씩 조정하는 기간계약가격(CP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아람코가 국제 가격을 통보하면 정유사 4곳과 수입사 2곳 등 공급업체들이 수입가격과 환율, 세금, 유통비 등을 반영해 한 달에 한 번 공급 가격을 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공급원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는다. LPG에 붙는 세금은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자동차 부탄가스의 경우 1㎏에 개별소비세 252원, 교육세 38원, 판매부과금 62원이 붙는다. 부탄가스 1ℓ는 0.584㎏이므로 ℓ로 환산하면 개별소비세 147.42원, 교육세 22.1원, 판매부과금 36.4원 등이 된다. 부가세는 93.3원(출고가격 1천27원 기준)이므로 판매가격 중 300원이 세금이다. 각 충전소에서는 수입업체의 공급가격에 대략 ℓ당 100원의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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