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2008-12-19 10:49:39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계란은 여전히 고급스러운 먹을거리였다. 당시에 도시락은 두 종류였다. 하얀 쌀밥 위에 기름 자르르한 계란 프라이가 얹혀 있는 도시락과 계란 프라이가 없는 도시락. 당시만 해도 도시락을 못 싸와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아이들이 드물지 않던 때였다. 계란 프라이 도시락의 수가 훨씬 적은 것은 물론이었다. 소풍이나 여행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던 것도 삶은 계란이었다. 지금의 50대 전후 세대라면 삶은 계란과 사이다의 그 환상적인 궁합, 그로 인한 당혹스러운 경험담(?) 등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게다. 그 시절 다방에선 아침밥 거른 사람들을 위한 인정스러운 배려로 삶은 계란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집집마다 직접 닭을 길러 계란을 얻던 시절엔 계란이 '더 귀하신 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른들의 밥상에나 간간이 올랐을 뿐 아이들은 계란 맛 보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엔 계란값이 쇠고기값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자료가 나왔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1908년부터 1943년까지의 광복 이전 통계자료를 보면 당시 계란 10개는 35전, 쇠고기는 375g에 44전이었다. 그만큼 계란이 귀한 음식물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통상 계란 10개에 2천~3천 원, 쇠고기는 한우 기준으로 375g에 3만 원을 넘나들어 10배가량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언제부터인가 계란의 위상이 뚝 떨어졌다. 지난날 윤택한 생활의 상징에서 값싼 먹을거리로 급변한 것이다. 계란 외에도 맛있고 영양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아닌가. 이젠 어른 밥상의 계란찜에 침 흘리며 눈독 들이는 아이들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삶은 계란 역시 옛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나 가끔 추억놀이 삼아 즐기는 정도다.

생필품값이 치솟는 요즘 계란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30개들이 기준으로 작년 3월 3천850원하던 것이 18일 경우 5천180원으로 뛰어올랐다 한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도 10~20% 비싸졌다는 것이다. 지난봄 조류독감으로 전국에 걸쳐 650만 마리나 살처분되면서 산란계가 450만 마리 정도 줄어든데다 사료값 또한 오른 탓이라 한다. 모처럼 꽤 비싸진 계란을 보노라니 불현듯 지난날'계란의 전성기'가 새삼스레 생각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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