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부는 칼바람…"외환위기 때보다 더 춥다"

입력 2008-12-19 09:35:16

▲ 은행권에 구조조정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대구시내 한 은행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은행권에 구조조정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대구시내 한 은행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불황이 찾아왔을 때 칼바람이 가장 늦게 도착한다는 은행권에까지 구조조정 태풍이 밀려오고 있다.

또 제조업 현장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대구경북에서는 직장을 잃었던 노동자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만4천여명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노동부는 실업급여 지급 기준 완화와 고용유지지원금 인상 등의 긴급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상황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은행들 명퇴 칼바람=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희망퇴직에 들어간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예년에 받던 정년 도래 직전 직원들에 대한 명퇴 수준이 아니라 젊은 직원들에게까지로 명퇴 대상을 넓혔다. 국민은행은 신청자에 대해 연내 퇴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노사는 올해 준정년퇴직제 신청 대상을 기존의 근속 15년 이상에서 8년 이상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1년 입사자부터 퇴직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4년제 대학 졸업 입사자의 경우, 이르면 97·96학번부터 퇴직 대상에 해당되는 상황. 이들 학번은 대부분 30대 초반이다.

비교적 자리이동이 잦은 편인 외국계 은행이 아닌 국내 시중 은행에서 30대 초반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은행권의 반응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국민은행 희망퇴직 신청자가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농협도 최근 전 연령대에 대해 명예퇴직을 받았다. 대구에서는 18명, 경북에서는 19명이 명퇴를 신청했는데 예년보다 '압박감'이 늘면서 명퇴 신청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이미 한국씨티은행이 희망 퇴직 대상자를 지난해 10년 이상 근무자에서 올해 5년 이상 근무자로 낮췄다. 신청자는 300명에 육박했고 젊은 행원과 대리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38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자를 희망퇴직 대상으로 정했다.

대구은행도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 모두 45명이 신청했다. 예년의 경우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연령(올해는 1954년생)만 원했지만 올해는 1955년생도 3명이나 명퇴신청을 해왔다. 내년 상황을 불투명하게 보면서 명퇴금을 두둑히 줄 때 떠나자는 직원들이 생겨났다는 것이 대구은행의 분석이다. 대구은행의 올해 명퇴자 중에는 책임자급이 4명, 행원급도 7명이나 됐다.

◆제조업체 휴업 실업…=제조업체에서는 해고회피 노력으로 인한 휴업업체가 늘면서 노동부 집계결과, 이달 첫째주 대구경북에서 158곳의 업체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지난주에도 250곳의 기업이 고용유지지원금 수혜 희망자가 됐다.

전국적으로도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건수는 12월 첫째주(1∼5일) 1천75건, 둘째주(8∼12일) 1천48건으로 이달 들어 매주 1천건을 넘어서고 있다. 2주일간의 신청 건수가 10월 전체 신청 건수(469건)의 4배가 넘고 지난달(1천329건)의 2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첫째주 440건·둘째주 331건), 부산(224건·271건), 광주(126건·60건), 대전(72건·79건), 서울(55건·57건) 등의 순이었으며 대구경북은 전국 3위권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직장에서 퇴사를 하면 고용보험자격을 잃는다)한 노동자가 33만862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31만6천27명)에 비해 1만4천835명이나 더 많았다. 1만4천여명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제조업체 7곳 정도가 한꺼번에 모든 종업원을 해고했을 때와 맞먹는 숫자다.

노동부는 실업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전국적으로 한주에 1천건 이상 쏟아지는 것으로 볼 때 외환위기때보다 일자리 불안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는 것이 현장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일반 실업급여 외에 '개별연장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지급 대상자 기준을 완화하고 대량 실업사태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시행되는 '특별연장급여'의 지급 기준도 개선할 방침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개별연장급여란?=재취업이 곤란하고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실업자에게 60일간 추가로 지급하는 실업급여. 본인 및 배우자 재산 합계액이 6천만원 이하, 재산세 과세액의 합계가 3만원 이하인 경우 등에만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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