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이대로 가면 내년 1분기 적자"

입력 2008-12-19 08:49:37

18일 포스코가 '창사이래 첫 감산 돌입'을 공식 발표하자 국내 철강업계는 너나없이 "포스코 너 마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1월 이후 스테인리스 등 극히 일부 품목의 생산량을 줄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전사(全社) 차원의, 그것도 용광로(고로)에서 생산하는 쇳물량을 줄이겠다는 것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일관 제철업체라는 자존심까지 벗어 던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다른 철강사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이달과 다음달 2개월 동안 감산하겠다고 밝힌 57만t은 연간 조강생산량 3천200만t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분량으로 당장 포스코 자체의 경영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감산돌입'이 가지는 '선언적 의미'는 매우 크다. 11월 들면서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굴지의 철강사들이 잇따라 감산 또는 아예 고로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천명하는 상황에서도 포스코는 "당초 예정된 투자사업은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당장 감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18일 감산 발표가 나오자 "포스코도 버틸만큼 버텼다"거나 "포스코마저 한계상황에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는 말로 해석되면서 다른 철강사들은 "포스코가 저렇게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는 탄식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그럴 것이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은 이미 지난 10월부터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급기야 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까지 신청했거나 신청을 검토하는 마당에 '세계1위' 포스코마저 감산에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은 이들 2위권 업체들에게는 추가감산 또는 가동중단 기간 연장을 권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는 것.

포항의 한 업체 대표는 "포스코의 경영방침이 국내 다른 철강사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가 2개월 감산을 발표했으니 우리는 그 이상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원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대표도 "포스코의 감산은 철강업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최근 일부 소규모 업체가 부도를 내기도 했지만 이제부터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줄줄이 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의 감산과 휴업은 자동차·조선·기계·전기·전자 등 후방(後方) 수요산업의 경기전망을 참고로 한 조치여서 우리 정부를 비롯해 일부에서 내놓는 "내년 상반기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내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걱정을 더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두면 내년 1분기에는 적자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이제부터는 극한의 긴축경영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이런 말을 전해들은 포항공단 한 업체 대표는 "포항공단과 포항경제, 나아가 한국철강업이 비상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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