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속의 어머니
사상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올해 국내 출판계에선 '어머니'를 주제로 한 문학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불황으로 똑같이 고통받았던 1998년 IMF때 가족 부양을 책임지지만 정작 가족으로부터 소외받았던 한국형 아버지들의 부정(父情)을 일깨워주는 도서들이 인기를 끌었다면 2008년 오늘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출판계의 화두로 떠오른 것.
이 가운데 작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국내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조선땅 어디에서나 만나는 나와 너 우리의 엄마이자, 엄마라는 보편적 삶 그 자체.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 날 실종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가족들은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라는 소중한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소설 속 사라진 엄마는 지상의 모든 상처와 슬픔을 품어 안는 사랑의 화신으로 그려지며, 성스러운 손길로 아픔과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원죄에 대한 고해를 들어주는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이미지를 띤다.
소설가 공지영이 2년 만에 펴낸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주인공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위녕은 단순히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 작가의 실제 딸이다. 공지영은 작가로서의 입장을 버리고, 평범한 엄마의 마음으로 딸 위녕을 대한다. 이 책은 작가가 10대를 지나 청년기에 들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딸 위녕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어머니 공지영'은 충고나 잔소리 대신 진솔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우정에 대해, 직업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딸과 함께 독서체험을 공유하며 책을 통해 인생을 배워나가기도 하고, 다시 20대 여자 아이로 돌아가 딸과 같이 생각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 영화 속의 어머니
'로렌조 오일'과 '말아톤'은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서도 실화를 다룬 흔치 않는 작품이다. 1992년 작 '로렌조 오일'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로렌조 오일'이란 신약을 개발해 낸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세가 되던 해 의사로부터 부신백질이영양증(ALD) 판정과 함께 "앞으로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던 실제 인물 '로렌조'는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아들에 대한 사랑 하나로 로렌조 오일이라는 신약을 개발해 내는 데 성공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년을 더 생존했다. 영화 속 인물 로렌조가 올해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화제가 됐고, 로렌조의 어머니는 이보다 8년 앞선 2000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2005년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은 '말아톤'은 스무살 자폐증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해내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 휴먼 영화로 실제인물인 박미경'배형진 모자의 삶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2001년 한 마라톤 대회에서 자폐증 아들을 완주시켜 자폐아 가정의 실상을 알린 박씨의 수기 '달려라! 형진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주인공인 장애인 청년의 어려운 연기에 도전한 조승우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고통을 인내하며 자식 사랑의 모습을 열연한 김미숙 역시 돋보였다. 자폐증 아들에 대한 주위의 경멸적인 시선, 독하고 극성스러운 여자라는 따가운 눈길을 극복해 가는 엄마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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