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다이아몬드의 마술사 김종근 대구산업정보대학 교수

입력 2008-12-18 08:48:03

다이아몬드 색깔 처리 기술 '독보적'

대구산업정보대학 보석감정과 김종근(43) 교수는 다이아몬드의 마술사다. "보석계의 지존(至尊), 다이아몬드의 값은 희귀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이아몬드 하면 무색 투명한 보석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다이아몬드 원석의 90%는 갈색이고, 색깔이 무색에 가까워질수록 희귀하고, 값이 비싸지는 것이죠." 김씨는 또 "유색이라 하더라도 아주 진한 색깔(Fancy)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런 다이아몬드는 무색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흔하디 흔한 갈색 다이아몬드를 무색이나 보기 드문 유색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보다 싼값에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에서 독보적 권위를 쌓아가고 있는 인물. 이 분야 전문가는 대구경북에서 채 5명을 꼽기가 힘들고, 국내 전체를 통틀어도 흔치 않다.

이처럼 다이아몬드 색깔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핵심은 원석의 특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이아몬드의 99.9%는 탄소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0.01% 안에 질소'붕소 같은 수많은 불순물이 존재합니다. 다이아몬드의 색깔은 이 같은 탄소와 불순물의 결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김씨는 "탄소와 불순물 사이에는 공극(빈자리)이 존재하고, 퍼즐을 맞추듯 공극을 조절하면 색깔이 달라지는 원리"라며 "전자빔을 쏴 결합 구조를 바꾸면 색깔이 달라지고, 나중에 열로 고정하면 색깔이 계속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색깔은 옐로'그린'핑크 계열 정도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훨씬 더 많은 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말이 쉽지 다이아몬드의 화학 구조를 바꾸기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간단한 물리적 특성이야 눈으로 관찰할 수 있지만 수천'수만가지의 구조 타입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작업은 인간의 시각적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다이아몬드의 결합 형태를 바꾸려면 화학 구조부터 완벽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의 기계로는 화학 구조까지 밝혀낼 수 없기 때문에 FT-IR(적외선), LIV-VIS(가시광선'자외선) 분광기라 불리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죠. 하지만 국내 감정 기관 가운데 이런 장비를 도입한 곳이 드물고, 혹 장비를 갖췄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씨는 "분광기에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으면 파장별로 수많은 피크를 이루는데, 이론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다"며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대구경북권 대학은 경북대'대구산업정보대학 두 곳 뿐이며, 한양공대'서울시립대 등 수도권 대학들까지 산업정보대학 분광기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학(84학번)에서 지질학(광물학)을 전공한 김씨가 본격적으로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당시 대구산업정보대학이 보석감정과를 신설하면서 같은 대학 환경관리 강의를 맡고 있던 김씨가 초대 교수로 옮겨오게 된 것. 그는 "다이아몬드 감정이 기능적 측면을 강조한다면 다이아몬드 처리 기술은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며 "평범한 것을 값지게 만드는 처리 기술은 다이아몬드 대중화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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