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도서관의 경제학

입력 2008-12-17 06:00:00

지식생산성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기반사회가 성장할수록 독서는 그 에너지의 원천이자 성장동력이 된다. 창의성과 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양성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1년에 1권 이상 책을 읽는 우리나라 성인은 76.7%로 성인 10명 중 2명은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비율은 67%에 달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영국 등 선진국의 도서관 이용률과 맞먹는 부끄러운 결과가 나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고 독서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어른들도 함께 독서를 하며 아이들이 책을 자주 접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이 각 분야의 양서가 가득한 도서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는 전체 인구에 비해 크게 부족한 규모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수는 607개, 도서관 1개당 인구수는 8만명 이상이다. 이는 독일(7천명), 영국(1만여명), 프랑스(1만여명)와 비교하면 매우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장서보유량도 1.01권으로 일본의 1/5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산업의 최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지금의 자신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어릴 적 동네의 마을도서관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한 도서관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러가는 독서실이었다. 수적으로도 부족하고, 기회비용 면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서관이 단지 시험공부방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도서관에 가면 좋은 책과 최신의 정보로 가득 차 있어 무엇이든 손만 뻗으면 바로 볼 수 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전문사서의 도움을 즉시 받을 수 있는 도서관 이용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파크INT 도서부문에서는 지난해 느티나무 도서관재단과 도서관 후원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느티나무 도서관 친구들과 마을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후원해 오고 있다. 아파트단지 주변에 문턱을 낮춘 어린이도서관을 열어 책을 공유하면서 소외계층과 빈곤층 아이들을 함께 포용하고 나눔과 교류의 공동체 문화를 일궈낸 느티나무 도서관의 경험을 나누고 어디서나 이와 같은 도서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박영숙 관장은 도서관은 정보복지, 문화복지 실현의 장이며, 자율성과 지속성을 갖춘 평생학습 공간, 지역문화의 중심, 차별 없이 누구나 지식과 정보,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느티나무 도서관을 매개로 한 다양한 동아리와 자원봉사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도서관은 책만 나누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재능과 소질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도서관이 곧 이웃을 만나는 장이 되고 이것이 마을공동체의 시작이 되고 결국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찾아가는 매개가 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지식경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전국에 300개의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병영도서관, 교도소도서관을 비롯해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 가정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를 확충 개선함으로써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해 사회통합에 기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공공도서관의 확충과 함께 마을도서관들의 활성화를 통해 도서관 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정보와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일하는 공간으로, 경제적 소비와 창의적 학습의 공간으로서 그 어떤 투자보다도 더 큰 경제, 사회적 효용을 낳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과 민간의 참여와 후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함께 가꾸는 각 지역사회의 건강한 나무 한 그루는 국가 지식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천과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의 근간으로 넓고 푸근한 느티나무 그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인터파크INT 대표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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