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탈피해야 갈등 해소"

입력 2008-12-16 06:00:00

보수-진보 합의 모색 자리 이어져

이명박 정부 이후 국민들의 이념적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표출되고 있다. 국내정치에 있어서 자유를 지향할 것인가 평등을 지향할 것인가, 대외관계에 있어서 자주노선을 지향할 것인가 구체적 협력노선을 지향할 것인가, 통일문제에 있어서 김정일체제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을 두고 고민해 왔고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다양한 이념적 지향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이념의 다양함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로 적대적 관계로 몰아넣을 만큼 격화된 데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겪기보다는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이끌 진보와 보수 간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 보자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대정신 겨울호는 '보수와 진보가 함께할 공동체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특집을 마련, 이념적 갈등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특집좌담에서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극단주의'를 극복해야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 또한 국민들의 통합을 위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이들을 접합시킬 수 있는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가 강한 보수구조 속에서도 상당한 정도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는데 이런 측면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초기 실패를 가져오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평균적 민주의식보다 너무 높아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평균적 민주의식보다 너무 낮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보수 내에서도 진보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보수가 줄어들고, 진보도 보수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근본 진보가 소수화되는 양 진영의 재편이 필요하다" 면서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 간의 경쟁체제 속에서 국가의 장기 발전을 위한 협력구도가 설정되었을 때, 국민 내부의 이념적 분열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은 "자유주의자와 사회민주주의자, 이 양자는 근본주의와 광신주의, 집단주의를 배격하고 최소한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 공통점을 찾아서 소통되고 순환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난달 말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이 주최한 '한국의 이념논쟁 보수를 말한다'특별 심포지엄에서도 꼬일 대로 꼬인 보수-진보 간 대결을 풀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김문조 고려대 사회과 교수는 "이제 보수세력도 주장할 것이 있다면 엘리트 중심적인 '올드 미디어'에 의존하거나 '조용한 다수'로 남아온 구태를 벗어나 진보 세력처럼 소통성, 연대성을 가진 적극적 참여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보수 세력은 기술격차로 인해 속도와 공간전쟁에서 밀리고, 문화격차로 인해 생동성, 참신성, 친밀성, 유희성 경쟁에서도 열등한 위치에 있다"고 전제한 후 기존의 완고한 이미지 탈피를 위해 젊은 피 수혈과 물갈이를 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현재 이명박 정부와 좀더 크게 보면 한국보수가 위기에 빠진 것은 금융경색 등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보수 전체의 준비 결여와 능력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과 교수는"일반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한국의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그 온도차는 결코 크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만 정치인들의 발언을 들으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느껴진다"며 보수와 진보는 어쩌면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편 한반도선진화재단은 내년 상반기에 '진보를 말하다'에 대한 특별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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