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임대까지 '찬밥 신세'

입력 2008-12-13 06:00:00

주택경기 침체에다 금융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아파트를 둘러싸고 각종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로 뜨겁던 경매 시장에서조차 아파트가 찬밥신세로 전락한 것은 물론 시공사들은 입주가 시작됐지만 팔리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 임대 전환을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썰렁한 경매시장=낙찰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대구 소재 아파트 169건 중 주인을 찾은 낙찰 물건은 50건으로 29%의 낙찰률을 보였다.

올해 경매에 나온 대구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률은 39%. 지난 9월과 10월은 낙찰률이 40%를 넘어섰으나 20%대에 진입한 것을 올 들어 처음이다. 또 12월 들어 현재까지는 22%대를 기록하며 낙찰률 하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리빙경매 하갑용 대표는 "낙찰률 하락은 결국 경매 물건에 대한 인기가 하락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낙찰률이 떨어지면 채권회수 금액도 줄뿐 아니라 회수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낙찰 금액(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평균 낙찰가율은 82%지만 11월 낙찰가율은 76%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10월 77%대를 보인 뒤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대도 쉽지 않네요=미분양 아파트 임대에 나선 시공사들은 신규 분양만큼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 대상 미분양 아파트 대부분이 중대형이지만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수요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과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임대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도 쉽지 않은 탓이다.

대구 수성구 지역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한 단지의 A시공사는 기존 계약자를 대신해 '임대 알선'에 나서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회사 소유 미분양 임대를 위해서는 기존 계약자들이 내놓은 전·월세 물건부터 처리를 해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계약자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임대 여부를 파악한 뒤 임대를 원할 경우 주변 부동산과 연계해 알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B사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 아예 '전세'란 용어를 빼고 '000 아파트 체험행사'란 이색(?) 용어를 내걸고 임대를 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은데다 평상시에도 남달리 '브랜드' 관리를 꾸준히 해 와 '미분양 전세'를 놓는다는 소문이 돌 경우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아파트 시공사인 B사는 '임대'를 주선하는 주변 부동산 업소들에게도 절대 '전세'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사전 교육을 했으며 타사와 달리 플래카드 등 홍보물도 사용하지 않은 채 '보안'을 지키며 임대를 놓고 있는 중이다.

미분양 임대에 있어 또다른 고민은 임대 가격.

전체 미분양의 대부분이 중대형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관리비에다 입주 물량까지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 책정이 쉽지 않다.

달서구 월배에서 임대를 놓고 있는 C사는 아예 165㎡(50평) 이상 미분양 아파트는 수요자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임대를 포기했으며 수성구에서 임대를 준비중인 D사는 중대형 아파트 전세 가격을 분양가의 30%선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대단지 입주가 한꺼번에 몰린 지역의 경우는 건설사끼리 임대 가격을 두고 눈치싸움을 할 정도"라며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신규 아파트인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시공사 미분양 임대분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좋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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