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오페라의 또다른 보석, 간주곡

입력 2008-12-13 06:00:00

오페라에서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서곡'이나 '전주곡' 외에 '간주곡(間奏曲)'이라는 것도 볼 수 있다. 서곡이 오페라의 시작 전에 연주되는 관현악곡이며 전주곡은 각 막 앞에 붙는 것이라면, 간주곡은 이름 그대로 중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간주곡은 외국 음악용어로 '인터메조(intermezzo)'라고 부른다. 인터메조라는 말은 원래 막간(幕間)이라는 뜻으로서, 음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막과 막 사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메조(mezzo)라는 말은 이탈리아 말로서 절반(折半)이라는 뜻인데, 인터메조란 절반과 절반 사이의 한가운데를 일컫는 말이다. 즉 마치 축구에서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의 하프타임과 같은 의미다. 영어로는 인터미션(intermiss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터메조란 그 사이에 올라가는 곡이라는 뜻도 되는 것인데, 흔히 그리 길지 않은 관현악곡이 연주된다.

그러나 간주곡은 서곡이나 전주곡과는 달리 꼭 막과 막 사이 또는 장과 장 사이 중 어디에 들어가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즉 비교적 자유로운 곳에 위치하는 것이 간주곡으로서, 막과 막 사이에도 들어가지만 막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기도 한다. 이것은 오직 작곡가가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곡은 소나타 형식을 가지기도 하는 등 형식적인 면이 보다 강하지만, 간주곡은 형식에서 보다 자유롭기도 하다.

만일 간주곡이 막과 막 사이에 들어갈 경우에는 다음 막의 전주곡과 혼동되기도 쉽다. 하지만 그것은 작곡가가 어떻게 이름을 붙이는가의 차이다. 즉 예를 들어서 제2막 간주곡이나 제3막 전주곡이나 위치만 보아서는 같은 것이지만, 작곡가가 붙인 이름에 따라서 부르게 된다. 만일 작곡가가 제2막의 효과를 배가시키려고 하거나 제2막과 제3막 사이 내용의 이행(移行)에 중심을 둔다면 제2막 간주곡이라고 부를 것이고, 다음에 나올 제3막의 내용을 미리 알리거나 상징한다면 제3막 전주곡이라고 붙이게 될 것이다. 간주곡은 보통 다음에 나올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있는 것으로서, 극중 클라이맥스의 바로 앞에 잘 나온다.

보통의 오페라에서는 전곡을 통틀어서 단 하나의 간주곡만을 만들어 넣는 것이 상례다. 그렇게 했을 경우에 극적인 효과도 더 크고 그 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역대로 많은 작곡가들이 간주곡을 쓸 때는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간주곡들 중에는 명곡들이 많다. 그런 결과로 간주곡들은 오페라와 상관없이 독립되어서도 콘서트에서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오페라 자체는 거의 공연되지 않는 곡이라도 간주곡만은 여전히 명곡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지휘자들도 간주곡들만을 모아서 녹음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남긴 '간주곡집'(인터메지)이라는 음반은 아주 유명하다.

마스카니의 , 레온카발로의 , 그리고 푸치니의 간주곡이 흔히 오페라의 3대 간주곡이라 불린다. 물론 '3대'라는 식의 말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세 곡의 인기는 대단히 높고 다들 무척 잘 만들어졌고 또한 아름답지 그지없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이 간주곡들은 대부분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걸쳐서 나온 것으로 이 시기에 간주곡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였다. 그 외에도 볼프페라리의 , 슈미트의 , 조르다노의 등의 간주곡도 유명하다. 바그너가 등에 쓴 이른바 '장면전환음악'도 일종의 간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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