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회관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어 교육이 인연이 된 후 길 가다 종종 들러 인사하고 간다는 베트남 새댁 이야기, 여성회관에서 여성 회화를 처음 접했던 40대 주부가 뒤늦게 방통대에 진학해 영문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는 이야기, 자기 집 아이가 작품발표회에 엄마 작품 나왔다고 좋아한다는 이야기, 자원활동하러 다니는 아내가 집 비우고 다닌다고 타박하다가 이제는 여성회관에 자원봉사하러 간다면 남편이 차를 태워다 준다는 이야기…. 여성회관에 종사하는 담당자들이 뿌듯함과 사명감이 가득한 얼굴로 전하는 이야기들이다.
지금껏 여성회관이 지역 여성의 능력개발과 잠재력 향상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에 비해 현재 처한 환경과 미래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매번 강좌를 개설할 때마다 전 직원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다시피 만드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남들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기 일쑤인데다 지역 대학평생교육원에서부터 백화점문화센터, 도서관, 박물관, 농협강좌, 주민자치센터에 이르기까지 비슷비슷한 강좌들을 앞다퉈 개설하고 있다.
여성회관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저렴한 수강료에 질 좋은 교육'이 아니라면 절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여성회관의 직업훈련교육의 비중을 2010년까지 50%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혀 여성회관의 기능전환 역시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성회관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먼저 여성회관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여성회관'이라는 용어에는 과거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복지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평생학습사회에 맞게 앞으로는 일반 여성을 위한 사회교육기관 및 종합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젊은 여성들을 유인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명칭도 미래지향적 이미지에 맞게 변경하는 등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이용자를 인적자원화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산화된 경력개발프로그램을 마련,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취업을 원하는지, 원한다면 희망취업분야는 어떤 것인지 개인별로 관리해주고, 단순히 취업알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요처를 개발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 유사 기관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각 여성회관을 대표하는 브랜드 상품이 필요하다. 특성화, 차별화노력을 통해 ○○여성회관은 무엇을 잘 가르치더라. 뭘 배우려면 ○○여성회관에 가야 한다는 식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정일선(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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