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예술인 6명의 예술과 삶/사진작가 6명 석달간 밀착취재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정말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한 지금 이 전시회는 꽤 유용하다. 적어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같다. 좀더 적극적이라면 힘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전시회의 제목은 '예술밥을 먹는 사람들'.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평단으로부터 외면당한 예술가의 고단한 삶을 사진으로 담은 전시회다. 당장 생계를 위해 새벽거리로 나서는 거리의 예술가들, 가족을 위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예술가들, 그리고 밤무대서 꿈을 키우는 야간업소 연예인 등 '생계형 예술인'들의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여기에 르포 라이터들이 그들의 삶을 글로 썼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대구지회는 "우직한 손놀림으로 정직하게 돈버는 사람들과 힘든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의 의미로 기획했다"고 말한다. 삶과 예술과 노동이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이며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전의 대상이 된 주인공은 모두 여섯명이다.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은 농민시인 이중기, 부산역 하늘아래 노숙자와 함께 노래하는 거리의 가수 이호준, 82세의 나이에도 상쇠의 긍지를 내려놓을 수 없는 상쇠 강순연.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조형예술가 최정미, 날고 싶은 비보이 전경배, 엿도 팔고 예술도 파는 각설이 김상철이다. 이들은 날품팔이보다 더 거친 손으로 예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고단한 직업과 치열한 삶이 오히려 예술에 대한 열망을 더해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를 위해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6인(안성용 이상일 이성은 이정건 이재갑 조성기)이 이들과 몇달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또 권미강 권선희 박영희 서태영 이춘호 등 5인의 르포 라이터들이 3달 동안 그들을 밀착취재했다. 어떤 작가는 너무 많은 글을 적어 주최측이 내용을 줄여야할 만큼 이들에게 빠져들었고 그들의 삶에 매료됐다.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시인 이중기(51)는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물소리 바람소리 다 말라버린 슬픈 남루'같은 농촌현실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며 몸으로 시를 쓰고 있다. '그저 날이 새면 아침이요 해가 지면 저녁이라 굳이 시계를 들여다볼 일도 달력을 넘길 일도 없다'는 포항시 죽장면의 조형예술가 최정미(45), 대구앞산이화농악단 강순연 원장은 상쇠 중의 현역 최고령이다. 상쇠잡이살이 60년이 넘었다. 이들은 생활이 곧 예술이며 삶이라고 강변한다.
이들 셋과는 달리 스스로 예술이란 기존 관념에 관심조차 없는 거리의 가수 이호준(42)은 부산에서 노숙자를 위해 통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른다. 전라도가 고향인 그는 고향도 아닌 부산에서 노숙자의 대부로 일하며 그들의 삶에 조그만 위로라도 주기 위해 매일 노래를 부른다. 그 스스로 노숙자와 거의 다름없는 삶을 살지만 인생은 한없이 풍요롭다고 말한다. 하루 6시간 쉬지 않고 연습하는 춤이 곧 종교인 비보이 전경배(24), '분장을 안해도 남들이 웃어주는 얼굴이라며 이것이 다 못생긴 덕'이란 용팔이 각설이 김상철(45)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섯명의 예술가들은 매일 오후 7시 사진 밖으로 걸어나와 생생한 모습으로 공연하고 대화를 나눈다.
이 전시회는 15일부터 27일까지 경북대학교 안 '아트갤러리 스페이스 9'에서 열린다. '2008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전시'라는 타이틀에 맞게 직장인을 위해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053)426-2809.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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