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동산동 3·1운동 게이트를 지나며 당시 참가했던 사람들의 열정을 떠올린다.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때를 길과 나무와 흙들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 90개의 계단을 내려가며 벽에 걸려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면면을 본다. 벽은 진실의 빛으로 과거의 사실을 되살려준다.
# 길을 건너면 이상화 서상돈 고택이 있다. 마당에 이상화 시인이 등장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송한다. 당시의 심경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도 갖는다.
# 뽕나무골목으로 이어지는 골목 갤러리에서는 옛날 공중전화기를 통해 찹쌀떡과 두부 장수의 소리, 각설이타령을 듣는다. 만화경을 들여다보고 인력거도 타 본다.
# 계산성당을 거쳐 약전골목으로 나오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남녀와 호각을 불며 뒤를 쫓는 일본 순사들이 스쳐간다. 약령전시관을 지나 조선식산은행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한다. 영상과 자료를 통해 대구의 근대사를 온전히 익힌다.
이 시나리오는 내년 4월부터 매일신문사가 진행할 대구 근현대사 도심 체험학습의 코스와 활동을 설명한 것이다. 골목 몇 개와 시설 몇 군데만으로도 근현대의 시간들을 충분히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대구 도심이 전국을 넘어 세계에 내세울 만한 자산이다.
대구 도심이 담고 있는 스토리는 훨씬 더 많은 코스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넘친다. 종교 코스, 경제 코스, 순종어가 코스, 전쟁 문학사 코스 등 얼핏 꼽아도 금세 여러 개가 나온다.
중구청은 곧 들어설 현대백화점 측과 협조해 예전 '과거길'을 재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청이 의지를 보이자 현대백화점 측은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쌍수를 들고 나섰다. 역사 재현이 도심 개발의 중요한 방법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중구청은 또 소설가 이장희 스토리,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구상 과정, 80년 이상 주택에 병원을 운영하는 진골목 정소아과, 현제명에 얽힌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 자산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 매일신문사가 내년 4월부터 진행할 대구 근현대사 도심 체험학습 코스. 골목들에 담긴 이야기만으로 역사 체험과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 대구 도심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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