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는데 너무 잘했어. 구청에 상이라도 주고 싶다니까. 우리 같은 노인들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대구시 서구 서부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권하영(73) 할머니의 말이다. 신호가 바뀌자 건너온 한 할머니는 "노인들은 시장갈 때 육교 오르기가 힘들어서 육교 밑으로 많이들 다녔지. 이제는 횡단보도가 생겨서 편해." 유모차를 밀고 가던 아주머니도 먼 곳으로 돌아가지 않게 돼 좋다면서 이구동성이다.
지난 6월 서구청이 주민여론 결과를 받아들여 달서로 육교 2곳(서부·새길시장 앞)을 철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을 설치했다. 그 후 5개월여.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구청은 육교철거 전 주민설문조사에서 96%의 높은 찬성으로 야심차게 사업에 착수했다. 횡단보도 설치 이후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들은 육교가 사라지니 주변이 깨끗해지고 더 넓어졌다며 좋아했다. 몇 배의 유동인구가 늘면서 육교와 근접해 있는 상점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예전보다 매출이 늘었다며 밝은 표정이었다.
상인 서혜경(45·여)씨는 "이곳에서 24년 장사를 해왔지만 요즘 부쩍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덩달아 매상도 올랐다. 게다가 흉물스럽고 냄새까지 나던 육교가 없어져 동네가 환해졌다. 무엇보다 노약자들의 무단횡단 사고가 거의 사라졌다"며 만족해했다.
횡단보도 주변상가는 혜택을 보는데 비해 서부·새길시장 내 재래시장 활성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상인들은 예전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아졌지만 수익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재래시장의 환경과 경기침체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음식점 상인은 "유동인구가 늘기는 했지만 신호대기로 교통정체가 생겨 주차를 해야 하는 경우에 다소 피해가 있다"고 했다. 서부시장 인근 주민들은 구평리시장에서 서부시장 방향으로 우회전할 때 바로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로 인해 멈춘 차를 뒤따르던 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가벼운 접촉사고가 가끔 발생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 교통정책은 보행자 중심이 대세다. 대구에서는 서구가 분위기를 주도하며 보행자를 위한 각종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구청은 모두 8곳의 육교 중에 이미 2곳을 철거했고 서대구로의 평리육교(평리4동)도 12월 철거한다. 주민들의 92.3%가 철거를 찬성했다. 다른 육교 2곳은 경부선 철도 횡단육교로 재정비계획에 들어있고 나머지 3곳은 학생들의 이용이 많은 학교주변이어서 남겨두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서구청 건설과 박태용 보수담당은 "육교 대신 횡단보도가 생기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져 있던 평리4동 주민들의 왕래가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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