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출산을 앞둔 주부 박모(31)씨는 요즘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유는 이달 초부터 신청을 받고 있는 '출산 전 진료비 지원사업'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다. 박씨는 "정부에서 진료비 20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해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지정병원이 따로 있더라"며 "요즘 같은 형편에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니던 병원을 옮기기도 힘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산장려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임신부들에게 진료비 일부를 보조해주는 '출산 전 진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지만 출발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정병원이 아니면 임신부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똑같이 출산을 하고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사업을 위탁받은 국민은행과 금융 거래를 새로 터야하는 데다 홍보부족으로 이용에 불편을 겪는 등 사업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출산 진료 때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은 전국 3천여개 병원중 1천300여개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공단 측은 "병원들의 자발적인 신청이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신부들은 "임신부는 정기검진을 주로 이용해 한 병원에 계속 다닐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껏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정작 임신부들의 편의를 저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출산 전 진료비 지원사업이 사업을 위탁받은 특정은행의 장삿속에 이용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임신 7개월째인 김모(29)씨는 다니던 산부인과에 찾아오는 은행직원의 장삿속에 화가 단단히 났다. 직원이 '출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국민은행 신용카드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필요하지도 않은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았기 때문. 김씨는 "은행 계좌를 트고 직불카드만 만들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은행직원들은 이런 설명은 쏙 빼버리고 연회비가 있는 신용카드 만들기를 종용했다"고 했다.
은행 측에서 진료비 지원사업을 제대로 알지 못해 임신부들이 헤매는 사례도 많다. 전모(28)씨는 지난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임신부 지원금 신청을 하기 위해 은행 지점을 찾았다 낭패를 봤다. 그는 "직원들이 새 제도를 잘 몰라 여기저기 문의하는 통에 30분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지정병원이 아닌 산부인과도 일정한 서류만 갖춰 건보공단에 신청하면 임신부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정부 보조금 사업을 모든 은행에 맡길 경우 혼란이 우려돼 전국적으로 은행망이 제일 잘 갖춰진 곳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출산 전 진료비 지원사업'은?=정부가 임신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산 전 진료비를 'KB고운맘 카드'로 지원하는 제도. 지원범위는 임신부가 지정 요양기관에서 진료받은 급여·비급여 금액이며, 고운맘 카드로 일일 4만원 범위 내에서 총 2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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