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업계로서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자동차 판매에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큰 반면 소비자들은 파격적인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12월에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개별소비세가 인하될지 모르는 내년으로 차량 구입시기를 미뤄야 할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8년 7월 특소세를 30% 인하했을 때 내수판매가 6개월동안 이전 기간보다 12.3% 증가했다는 것. 9·11 사태 이후 국내 경기가 위축됐던 2001년 11월말에도 30%의 특소세 인하를 단행, 이후 10개월간 내수는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11.7% 증가했다. 2004년 3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특소세 20% 인하 당시 월평균 판매대수는 이전 6개월 평균 판매대수에 비해 4.1% 늘어났다.
각종 차량세금은 구입가격의 24% 정도. 배기량이 2천cc가 넘는 차는 공장도 가격을 기준으로 10%의 개별소비세가 붙고 2천cc이하는 5%다. 여기에 교육세(개소세의 30%)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부가세는 공장도가격에 개별소비세·교육세를 합한 금액의 10%다. 개별소비세를 내리면 교육세·부가세가 잇따라 인하된다.
공장도 가격 2천만원(2천cc초과) 차량의 경우 개별소비세가 현재 200만원이지만 30% 인하되면 140만원로 줄어든다.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면서 교육세는 60만원에서 42만원으로, 부가세는 226만원에서 218만2천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차를 살 때 내는 전체 세금 85만8천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세금 인하로 인한 차량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을 오래 보유하려는 실수요자라면 자동차 업체들이 좋은 제시하고 있는 12월이 차량 구입 적기라는 것. 불황기에 접어든 자동차업계는 큰 폭의 할인가격을 제시하며 연말 판촉에 나서고 있다. 재고가 많은 차량일수록 가격 할인 폭이 크다.
기아차 카렌스의 경우 12월에 구입하면 100만원을 할인해준다. 하지만 개별소비세가 30% 인하되면 차량 할인액은 35만원 정도. 12월에 구입할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보다 65만원 더 싸다. 기아차 대구본부 관계자는 "내년에 차를 구입할 경우 할부이자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할인폭도 줄어든다"면서 "개별소비세 인하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에 차를 구입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산차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수입차 판매증가로 이어져 국내 수입차 내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개별소비세가 인하될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차의 가격 인하 효과가 크기 때문.
수입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수입업체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관세 8%가 부과된 상태에서 10%(2천㏄ 이상)의 개별소비세가 붙기 때문에 개별소비세가 수입차 판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수입차와 경쟁하고 있는 일부 프미리엄 모델들이다. 일부 모델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비교우위를 점해 왔지만 개별소비세 인하시 수입차와의 가격 폭이 좁혀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3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가 인하되자 수입차 판매가 1만9천481대(2003년)에서 2만3천345대(2004년)로 3천900여대가 증가했다.
대구지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개별소비세 인하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아 차량 소비가 더 주춤하는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급감하는 차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인하가 조속한 시일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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