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IKO거래 불공정성 정말 없나

입력 2008-12-10 06:00:00

공정거래위원회가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Knock-In, Knock-Out·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불공정성은 없다고 판단한 이후, 국내 여론은 KIKO 판매자의 위험고지 여부나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에 문제의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에 근거하여 120개 중소기업이 KIKO 판매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KIKO 문제의 본질은 거래의 불공정성에 있기 때문에, KIKO의 원발행자에게 중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외국계 은행을 KIKO의 매도자로, 국내 수출업체를 KIKO의 매수자의 구도로 보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마치 수출업체가 매수자이기 때문에 매수 수수료를 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짜로 헤지상품을 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IKO는 넉인 콜옵션(knock-in call option)과 넉아웃 풋옵션(knock-out put option)을 합성한 상품이므로 구조를 분해해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옵션은 미래에 정해진 환율에('행사가격'이라 부름) 달러를 살 권리(콜옵션)와 팔 권리(풋옵션)로 나뉜다. 넉인 콜옵션은 정해놓은 가격('촉발가격'이라 부름)에서 거래가 한 번이라도 이루어지면 콜옵션이 발효되고, 넉아웃 풋옵션은 촉발가격에서 거래가 한 번이라도 이루어지면 풋옵션이 무효가 된다.

KIKO 거래에서 수출업체는 넉아웃 풋옵션의 매수자인 동시에 넉인 콜옵션의 매도자이고, 반대로 외국계 은행은 넉아웃 풋옵션의 매도자이자 넉인 콜옵션의 매수자이다. 옵션의 매수자는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다. 따라서 풋옵션 매수자이자 콜옵션 매도자인 국내 수출업체는 풋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고, 풋옵션 매도자이자 콜옵션 매수자인 외국계 은행은 풋 프리미엄을 받고 콜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KIKO 거래에서 국내 수출업체와 원발행자인 외국계 은행 간에 주고받아야 할 프리미엄 금액의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지급자(외국계은행)가 상대방(수출업체)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옵션 프리미엄 계산은 복잡하고 결과도 가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여 계산하면(예컨대 풋옵션과 콜옵션의 행사가격이 각기 960원과 1,010원, 넉아웃과 넉인의 촉발가격이 각기 890원과 1,010원, 환율변동성 30%, 계약만기 1년, 한국금리 5%, 미국금리 4.5%로 가정), KIKO에 가입한 수출업체가 받아야 할 넉인 콜옵션의 프리미엄과 지급해야 할 넉아웃 폿옵션의 프리미엄의 차액은 대략 달러당 100원 정도 된다. 즉, 수출업체가 원발행자로부터 계약원금에 대해 달러당 100원 정도를 받았어야 한다. 프리미엄이 이처럼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1년 안에 넉아웃 풋옵션은 무효화되고, 넉인 콜옵션은 유효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넉아웃 폿옵션과 넉인 콜옵션을 1대 1로 거래할 때의 차액이 100원이라면, 넉아웃 풋옵션 1개에 넉인 콜옵션 2개가 결합되어 있는 KIKO 거래에서는 달러당 200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외국계 은행이 국내 수출업체에 지불했어야 한다. 만약 계약원금이 1억 달러라면, 외국계 은행이 지불했어야 할 프리미엄은 200억원 정도이다. 전체적으로 KIKO 거래금액이 100억달러라면 총 2조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외국계 은행이 KIKO 가입자에게 지급했어야 했다.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의 프리미엄을 상대방이 몰라서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거래이며 사기에 가깝다. 결국 KIKO 문제의 본질은 값싼 넉아웃 폿옵션을 매도하고 값비싼 넉인 콜옵션을 매수한 외국계 은행이 중소수출업체에 지급했어야 할 거액의 프리미엄을 주지 않았다는 거래의 불공정성에 있다. 막대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KIKO 거래에 불공정성이 없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론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강태훈 계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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