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며 강원도'전라도 등지에선 연일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대구도 비록 금방 녹아버리긴 했지만 첫눈다운 눈이 왔었다. 바야흐로 눈의 계절이다.
요즘에사 사라진 풍경이 됐지만 예전엔 '눈 내리는 날 참새 잡기'란 게 있었다. 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인 마당 한쪽에 큼지막한 대소쿠리나 재를 치는 삼태기의 한 귀퉁이를 부지깽이로 받쳐 세운 뒤 새끼줄을 길게 매어 두고 안에 싸라기 따위를 뿌려두면 참새들이 포르릉 날아들었다. 녀석들이 모이를 쪼아먹느라 정신없을 때 새끼줄을 당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나뭇가지에 맨 고무줄 새총으로 참새를 잡으려다 남의 집 장독을 깨 혼쭐이 나기도 했다. 탱자나무 울타리나 대숲에 날아든 참새떼를 겨냥한 포수들의 총소리가 농촌 마을의 적막을 깨뜨리는 일도 흔했다. 역시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 속 풍경 하나가 포장마차의 참새구이다. 도통 살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여하튼 70, 80년대만 해도 퇴근길 샐러리맨들은 참새구이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며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새라면 참새가 아닐까. 이 땅의 대표적 텃새인데다 인가 근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바로 참새다. 볼품없이 작고 예쁜 구석도 없는 새에게 '좋은 것'을 의미하는 '참'자를 붙여준 것만 봐도 참새에 대한 유다른 정을 알 수 있다.
참새의 개체 수가 격감하고 있다 한다. 7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지난해 산림'농가'마을 등 전국 40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참새 수가 100㏊당 평균 111.5마리로 1989년 425.7마리에 비해 20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10년 전인 1997년의 183.3마리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생태 환경이 나은 농촌 지역이 이럴진대 도시의 참새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농촌 지역 경우 농약 사용, 도시에선 줄어드는 녹지와 하천주변의 인공 조경 등 참새가 먹이를 찾기 힘들어진 환경 변화를 주원인으로 지적한다.
흔히 참새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의 대명사이자 '힘 없고 빽 없는 민초' 를 상징한다. 한때 크게 유행했던 '참새 시리즈'는 이런 복합적 이미지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절묘하게 풍자하기도 했다. 우리와 애환을 같이했던 참새가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니 아쉬움이 크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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